독일의 화두는 "유로"에서 "총선"으로 옮겨지고 있다. 독일의 정치 1번지 베를린에는 선거 구호가 적힌 각 정당의 플래카드가 벌써부터 곳곳에 걸려 있다. 현지 언론도 거의 모든 주요 사건을 오는 9월22일 열리는 총선과 연관지어 보도하고 있다. 최근 독일 2위 건설업체인 홀츠만건설이 결국 파산절차에 돌입한 것을 두고도 언론은 이 회사의 파산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집권당인 사민당에 미칠 파장에 초점을 맞췄다. 1999년 홀츠만이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는 슈뢰더 총리가 직접 나서서 파산을 막았으나 이번에는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회사 사정이 어려웠다. 홀츠만 파산은 실업자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돼 슈뢰더 총리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총선의 이슈는 단연 실업문제다. 슈뢰더 총리는 98년 총선 당시 4백만명이 넘던 실업자수를 3백5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2000년 경기 호황때만 해도 이 공약은 가능해 보였다. 10%가 넘던 실업률이 8.2%까지 떨어졌고 실업자수는 3백80만명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침체의 여파로 '저성장,고실업'이란 독일경제의 고질병이 악화됐다. 현재 실업자수는 4백30만명에 달하고 실업률은 11%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 3% 성장했던 독일경제는 지난해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경기침체가 독일에 몰고온 또 하나의 그림자는 재정적자다. 지난해 GDP대비 재정적자율은 2.6%에 달했다. 이는 유로존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럽연합(EU)의 안정성장협약이 정한 '3%룰'을 위협하고 있다. 독일이 앞장서서 규정한 '3%'를 넘어선다면 EU내에서 독일의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실업과 재정적자의 '이중난'을 독일은 어떻게 풀 것인가. 볼프강 피에차 외무부 국장은 "단기적으로는 경기회복의 강도,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독일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금및 연금 개혁안, 노동시장 규제와 노동비용 축소안등의 구조개혁은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다행히 향후 경기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베르너 뮐러 경제장관은 최근 "물가와 산업생산지수 기업신뢰지수 등이 뚜렷이 호전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상승하면 실업자수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세계경제연구소(IFW)는 "올해 1·4분기에 경기가 이미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올해 독일경제는 1.2%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GDP가 1%이상 성장하면 재정적자율도 2.5% 밑으로 내려가게 된다. 유로통용으로 인한 경제적인 상승효과도 기대요인이다. 피에차 국장은 "유로화의 성공적인 통용으로 유로존에 거래비용 감소와 내수시장 확대 등 이른바 '유로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경제의 경기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를린=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