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용 중소형 냉장고 생산을 다른 기업에 맡기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7일 "대우전자 스페인공장에 연간 3만대 규모의 냉장고 생산을 맡기기로 최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냉동실과 냉장실 위치를 바꾼 유럽형 중소형 냉장고는 모두 대우에 생산을 맡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달에도 대우전자 인도법인과 향후 3년간 50억루피(약1억달러) 규모로 직랭식 냉장고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1만7천∼15만루피 수준의 중저가 모델을 대우가 만들어 삼성 브랜드로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대우 멕시코 공장은 지난해부터 3백ℓ이하 냉장고를,태국과 베트남공장에서는 동남아로 수출되는 1백50ℓ짜리 소형 냉장고를 삼성 브랜드로 팔고 있어 삼성과 대우의 해외 협력이 크게 강화되는 추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고급형 지펠만 생산하겠다는 게 삼성의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이 직접 운영하는 냉장고 생산라인은 전남 광주,중국 쑤저우,태국 등 세곳 뿐이다. LG전자는 이미 다양한 외국업체들과 OEM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냉장고 전체 생산물량중 20%를 해외 업체에 맡길 방침이다. 이 회사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수출용 1백50ℓ이하 냉장고 생산을 외주로 돌리기로 하고 중국 현지업체와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규모는 연간 5만∼10만대 가량이다. 폴란드에서는 지난해 아마코사에 10만∼20만대 규모의 냉장고 생산을 맡긴데 이어 올해는 물량을 최고 5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현지 업체 볼타스에 팬이 없는 2백50ℓ이하 냉장고를 연 40만∼50만대 가량 위탁생산하고 있다. 가전제품 중에서도 특히 냉장고 OEM이 활발한 것은 나라별로 인기 모델이 판이하게 달라 일일이 공장을 설립하려면 엄청난 투자비가 들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는 6백ℓ급 붙박이가,미국에서는 앞뒤가 깊은 모델이 잘 나가지만 한국에서는 길고 얇은 모양이 보편화돼 있다. 또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양문형 냉장고같은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중소형 제품까지 생산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이영하 LG전자 냉장고사업부 부사장은 "브랜드가 성장해 해외에서 판매가격을 높일 수 있게 됐고 글로벌 판매망과 AS체제도 튼튼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선진 회사일수록 외주 생산 비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