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치를 크게뛰어 넘어 9.11 테러 이전 수준으로 상승함으로써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거듭 뒷받침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내구재 주문도 2월에 1.5% 증가해 3개월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비자신뢰지수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근거로 경기를 너무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또 내구재 주문이 늘어난 것이 수송과 방산 부문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정작 산업의 핵인 자동차, 반도체 및 컴퓨터 쪽은 하락했음을 상기시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 소재 비영리 민간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 보드는 26일 3월의 소비자신뢰지수가 11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차례 수정된 2월의 95.0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로써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해 8월(11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월가에서는 3월의 소비자신뢰지수가 98.0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현상황지수는 3월에 111.5로 전달의 96.4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지난 2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기대지수도 109.3으로 전달의 94.0을 크게 초과하면서 지난 근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컨퍼런스 보드의 린 프랭코 소비자조사센터 소장은 "소비자신뢰지수 급등이 놀라운 것"이라면서 "이는 향후 소비가 더 늘어나고 성장도 가속화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사장은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등한 것은 향후 회복이 가속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와초비 증권의 마크비트너 연구원도 "오랜 경기 침체가 완전히 끝났다고 단언해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소비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노동 시장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실업률이 기록적인 5.8%까지 치솟았음을 상기시키면서 고용 개선이 실물경기 회복세보다 몇달여 늦어진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올해 고용시장도 사정이 나아질 것은 자명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컨퍼런스 보드가 소비자 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향후 6개월 사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월에 20.6%로 전달의 18.3%를 초과했다.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대답한 비율도 19.5%에서 13.6%로 크게 줄었다. 미 상무부가 26일 발표한 2월의 내구재주문 통계도 경기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내구재 주문은 1.5% 증가한 1천794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달은 한차례 수정돼 1.3% 증가했다. 월가에서는 2월의 내구재주문 증가율이 1.0% 수준일 것으로 앞서 예상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제기됐다. 기복이 심한 방산 부문을 제외할 경우 2월의 내구재주문은 오히려 0.2%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역시 경기를 심하게 타는 수송쪽을 제외하면 2월의 하락폭은 1.3%로 더 커졌다. 이는 1월에 수송 부문을 제외한 내구재주문이 한차례 수정해 0.2% 증가한 것과 대조가 된다. 더욱이 반도체가 8.9%, 자동차가 5.9%, 그리고 반도체의 경우 3.1%가 각각 하락한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한편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의 로버트 맥티어 총재는 26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금융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올 1.4분기 5-6% 성장한 것을 본다"면서 "2.4분기에도 4%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