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저축률이 세계적으로 으뜸인 일본에서 예금 이자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이해하기 힘든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미쓰비시(三菱) 도쿄 파이낸셜 그룹 등 일본의 4대 대형은행은 현행 연 0.02%인 보통예금의 이율을 내달부터 0.01%로 내릴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대형은행들의 이런 조치는 4월부터 원금 1천만엔과 이자에 한해서만 부분적으로 예금을 보호해 주는 이른바 '페이오프(pay-off)'제도 시행에 맞춘 것이다. 일본의 '예금 부분보장 제도'는 공교롭게도 정기적금과 정기예금 등에 대해서는 곧바로 제도를 적용하는데 반해 보통예금에 대해서는 내년 4월까지 1년간 예금 전액을 보호해 주도록 한시적 유예기간을 설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은행권의 돈은 보통예금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지만, 은행들로서는 오히려 이런 자금의 흐름이 반갑지 않은 상태이다. 은행들은 파산할 경우에 보통예금을 전액 보호해 줘야하는 만큼 평소 예금보험기구에 예금보험료를 적립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은 예금보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쥐꼬리'같은 현행 예금 금리마저 낮춘 셈이다. 이로써 지난해 3월 보통 예금 금리가 연 0.1% 수준에서 0.02%로 떨어진 이후 일본의 예금금리는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이 된다. 100만엔(약 1천만원)을 1년간 은행에 맡겨서 고작 100엔(1천원) 정도를 금리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동판매기 캔 커피값이 110엔이니까 이 정도 이자로는 커피 맛도 못보는 셈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