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두얼굴을 고발한 '중국은 가짜다'라는 책이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이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놀라운 변화와 잠재력 뒤에 숨어있는 태생적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그런 문제점 중에는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조작되는 각종 경제통계 수치도 포함됐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통계조작에 의한 뻥튀기일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서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수치를 부풀린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정부가 90년대 후반 경제성장률을 실제보다 과대포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통계당국이 최근 내부감사에서 6만건의 통계조작을 밝혀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중국정부도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97년 당시 쩌우자화(鄒家華)중국부총리는 엉터리 통계로 인한 피해를 지적하면서 엄중처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98년 당시 주룽지 중국부총리 역시 중국통계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서 통계조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일갈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재작년에는 아예 '엉터리 통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까지 했다. 사회주의 정치체제의 숙명일까. 하기야 이런 통계조작은 구소련이라든지 북한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했고,그래서 이들의 통계가 대외적으로 공식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음을 생각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동기와 정도의 차이일 뿐 통계조작이 비단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 역시도 이런 문제로 논란이 일어나곤 한다. 특별한 조작이 없더라도 경제통계의 문제는 심각하다. 경제통계가 갖는 오차의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화와 세계화의 가속,무형재 및 신산업 분야의 비중 증대,눈부신 기술혁신 등으로 통계적 방법이 금세 구식으로 변하기 십상인 것이다. 이런 통계상의 기술적 한계도 큰 문제인데 다른 한쪽에서 통계조작까지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국제적 차원이든 국내적 차원이든 제대로 된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중국의 통계조작은 보다 심각한 문제다. 중국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된 '통계적 신호'로 인해 중국으로 몰려가는 엄청난 투자가 자칫 거품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안현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