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9층에 있는 여성캐주얼 "소베이직" 매장. 10대부터 30대까지의 여성들이 골고루 들르는 이 매장에는 벌써 여름용 반팔 티셔츠가 내걸렸다. 날이 더워져서 그런게 아니다. 봄 옷이 이미 다 팔려 어쩔 수없이 여름 옷을 전시했다. "미국의 9.11 테러여파로 경기가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해 봄 옷을 적게 준비했는데 예상 외로 소비경기가 살아나 준비한 물량이 완전히 소진됐다"(김춘임 숍마스터) 경기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남성복 매장의 분위기도 한결 밝아졌다. "롯데백화점 본점 "파코라반"매장의 올 1~2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15% 정도 증가했다.4월 세일이 시작되면 20% 이상으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이미경 숍마스터). 올들어 소비경기가 빠른 속도로 살아나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등은 월평균 20%를 웃도는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체 소매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재래시장에 아직 온기(溫氣)가 돌지않아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들어서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나 시장상인들도 월드컵을 전후로 분위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눈치다. 소비경기 고가품이 주도한다. 올들어선 중산층이 많이 찾는 백화점 매출의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매출신장률(13개 기존점 기준)이 지난해 12월 27.2%를 기록한 뒤 1월에 16.1%로 다소 주춤했으나 2월 26.2%,3월(24일 현재) 28.3% 등으로 다시 급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다. 품목별로는 해외명품의 판매가 특히 큰 폭으로 늘어났다. 롯데 본점의 까르띠에(보석류) 매장은 올 1월에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무려 54.7% 늘어난 6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월에도 5억6천8백만원어치를 팔아 35.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 본점은 샤넬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등 40여개 해외명품 브랜드의 판매규모는 지난해 2.4분기 1백87억원에서 3.4분기 1백92억원,4.4분기 2백50억원,올 1.4분기 3백억원(추정치) 등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1년전에 비하면 거의 두배로 증가한 규모다. 롯데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전망이 밝아진데다 부동산과 증시가 동반 상승해 중산층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 강남점이 단골고객인 주부 장효진씨(33.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는 "올들어 1월부터 3월까지 성과급과 연월차 수당 등 목돈이 생기는 바람에 남편 의류비와 화장품 구입비를 늘렸다"고 말했다. "보유 주식 가격도 50%이상 올라 소비욕구가 자꾸 생긴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전 특수도 소비증가에 한몫 월드컵,프로젝션 TV의 특소세 인하,메이커들의 경품경쟁 등에 따른 가전 특수도 소비경기 확대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 본점 가전매입팀의 이창현 바이어는 "지난 1~2월 전국 13개 점포에서 TV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백59% 늘어났다"며 "이는 프로젝션 TV와 PDP TV 등이 많이 팔린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프로젝션TV는 지난 2월초 최고 38%까지 값이 인하되면서 지난해 1~2월 매출(14억원)보다 2백94% 늘어난 41억2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에어컨도 김치냉장고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등의 예약판매 경쟁에 힘입어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대형 양판점인 하이마트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TV,캠코더,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의 1~2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의 고급화 추세 때문인지 디지털 TV는 PDP와 프로젝션 TV,냉장고는 양문형,세탁기는 드럼세탁기의 판매 증가세가 특히 눈에 띈다고 하이마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월드컵등 스포츠 열기와 위성방송 개막 등이 한데 맞물린데다 가전수요의 한축을 담당하는 신혼부부들이 대형 영상가전에 눈길을 주고있어 고가 가전제품의 매출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할인점도 고가품이 잘나간다=신세계 이마트는 전국 27개 기존점을 기준으로 1월에 전년동기 대비 14.9%,2월에 42.6%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1~2월 누계로는 26.7%의 증가율이다. 3월들어서는 24일 현재 20% 늘어났다. 이마트의 견조한 성장세는 대형 TV와 냉장고,상품권 매출이 주도하고 있다. 이인균 이마트 마케팅실장(상무)은 "지난 2월 설 때 정육과 갈비 같은 고가상품과 상품권 매출이 40~70% 늘어나고 대형 가전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중산층 이상이 소매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날씨도 매출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2월중순부터 이상 고온이 계속되면서 봄 의류와 레포츠용품,집단장용품 등이 지난해보다 훨씬 잘 나간다는 것.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 저가상품의 판매는 예년과 별 차이가 없다는게 매장 관계자의 말이다. 할인점도 결국 상대적인 고가상품들이 매출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강창동.이관우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