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한국경제학회장은 21일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경제학계도 이를 위해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은 한국 경제학자들의 평가가 기준이 돼야 마땅한데 그동안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한국경제학회 2천3백여명의 회원들을 포함해 국내외 한국인 경제학자들이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제32대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을 그의 연세대 부총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 대담 = 정규재 < 경제부장 > ] -----------------------------------------------------------------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 과정에서 한국 경제학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루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학계는 경제발전을 주된 분석대상으로 삼아 상당한 연구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계기로 영·미식 글로벌스탠더드의 채택이 불가피해졌다. 금융·기업부문의 투명성 제고와 이윤중시 경영, 주주이익 우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받았다. 급변하는 현실에 맞추어 이론을 수정.보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국의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의 전문가로 전면에 등장해 있다. 국내 경제학자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외국의 경제전문가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도 지식과 경험이 많은 유능한 경제학자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에만도 현재 2천3백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그 나라 경제에 대한 최고 권위자는 그 나라 사람이다. 올 8월에는 재미 한국인 경제학자 30∼40여명이 참여하는 한.미 경제학회를 연세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대학이 반시장적 가치관을 생산한다는 비판도 있지 않나. "소수의 생각이다. 대학 전체가 그런 것처럼 생각하지 말아 달라. 한국경제학회는 경제학 교육의 현실성을 제고하기 위해 '경제학교육위원회'를 상설기구로 가동하고 있고 작년에는 두 차례 심포지엄을 개최해 기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인 바 있다. 대학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은 우선 대학 스스로 개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4년간의 경제정책을 총평한다면. "금융 기업 공공 노동 개혁의 순으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특히 금융개혁은 괄목할 만하다. 기업 부문도 투명성 증대, 주주권한 중시등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기업들은 부채 비율이 국제 수준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며 수익성이 낮고 지배구조 개선 여지도 많다. 개혁과 구조조정은 항상 현재 진행형이므로 일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안됐다든가 또는 완결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내수 부양 등 정부의 최근 정책기조는 적절하다고 보는가. "작년 한국 경제는 3% 정도 성장했다. 고도성장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를 감안할 때 양호한 수준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에 대응해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재정.금융정책은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우리 경제의 주요 과제는. "논의의 초점이 국가경쟁력 제고로 옮겨져야 한다.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급속한 속도로 성장.발전하는데 대해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인가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 약력 ] △ 43년생 △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미국 남가주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박사 △ 한국국제경제학회장, 한국경제발전학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현)연세대 행정.대외 부총장 △ 주요 저서 =경제학원론, 경제발전론, IMF 고통인가 축복인가, 시장의 지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