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 개념의 단순한 섬유로는 경쟁력이 없다. 차별화 제품으로 승부하라' 국내 화섬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누구나 만들수 있는 범용제품으로는 더 이상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업체난립과 공급과잉이라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반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기술집약도와 부가가치가 높은 차별화 제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다. 국내 화섬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차별화 제품은 초극세사. 초극세사는 0.5데니아(1데니아는 실 1g의 길이가 9km) 미만의 매우 가는 실이다. 제품 생산에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지만 용도가 다양하고 부가가치가 높다. 초극세사는 과거에 신발 등 잡화와 의류에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 산업자재용 클리너, 소파 및 자동차시트용 등으로 사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이에따라 코오롱 새한 효성 휴비스 등은 초극세사 설비를 증설하고 매출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새한과 코오롱은 올해 해도형 초극세사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해도형 초극세사는 얇은 실의 단면에 여러 개의 구멍이 나 있는 실이다. 실에 구멍이 있으면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탄력이 좋아진다. 새한은 해도형 초극세사로 올해 지난해보다 3배나 많은 1백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해도형 초극세사의 생산설비를 연 1천8백t에서 4천t으로 늘렸으며 올해 비의류용 시장을 집중 공략키로 했다. 이 회사의 문수정 원료마케팅팀장은 "초극세사는 폴리에스터 원단에 비해 가격이 2~3배 비싼데다 판매 수익률도 30%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며 "특히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도 올해 자동차 시트와 가구용 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집중해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말 개발한 검정색 인조가죽용 초극세사 '블랙로젤'의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 99년 양산을 시작한 초극세사 'M2'로만 지난해 4백억원의 매출(월 7백t생산)을 기록했다. M2는 마이크로원사에서 직접방사법으로 실을 뽑아내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초극세사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앞선다. 효성은 올해 극세사 전체 생산규모를 현재 월 2천8백t에서 올해말까지 월 3천t으로 늘리고 이중 7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1천87억원이다. 6종의 극세사를 생산하고 있는 휴비스도 극세사의 매출비중을 현재의 5%에서 오는 2005년까지 25%로 높이기로 하고 설비증설 및 시장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휴비스는 또 PPT섬유인 에스폴(ESPOL)을 전략제품으로 개발해 놓고 있다. PPT섬유는 기존의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등과 경쟁할 미래의 섬유로 잠재적인 시장규모가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SPOL은 실크와 비슷한 촉감을 가지면서도 특수가공을 하면 울(wool)과 같은 감촉을 내는 특징이 있다. 기존 제품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소위 기능성 제품도 차별화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은이 혼합된 '제균섬유'의 판매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마이판 매직 실버라는 이름의 이 섬유는 나일론 기능성 섬유로 폐렴균 대장균 등을 99.9% 죽여 위생은 물론 악취를 예방한다. 또 인체에 유해한 원적외선을 방출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준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참숯 옥 자석 등을 이용한 기능성 정장을 확대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은을 이용한 '은신사복'을 선보였다. 이 옷은 은이온을 이용해 특수제작한 항균처리안감을 상의에 넣은 것으로 옷안에 서식하는 유해세균을 없애 악취를 예방하고 피부를 보호해 준다. 제일모직은 이같은 기능성 정장이 전체 정장 매출의 40%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지금까지 기능성 복지로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시키는 흡습건속 복지 자외선 차단복지 향기복지 전자파차단복지 정전기 방지복지 비타민 가공복지 등을 개발했다. 코오롱은 올해부터 섬유표면의 금속성 광택을 없앤 다이셀, 인체와 의복사이의 접촉 면적을 최소화시킨 쿨론 등의 기능성 제품을 고급의류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기능성 소재의 비율을 현재 원사부문 매출비중 40%에서 2005년에는 70%까지 늘려 나갈 방침이다. 휴비스는 접착제의 일종인 아크릴 수지를 대체하는 저융점사(LMF)로 지난해 전체매출의 10%에 가까운 9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MF는 국내에서는 휴비스가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으며 대만의 회사들과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휴비스 관계자는 "기능성 제품은 일반 원사에 비해 가격이 2~5배가 넘는 고가에 팔리고 있는데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생산비가 저렴한 중국 동남아 국가 등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