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지난 10일 아침 베이징(北京)의 공상은행 쭤자좡(左家莊)지점. 정문 앞으로 몰려든 시민들로 장사진이 형성됐다. 국채를 사려는 사람들이다. 혼란을 막기 위해 동원된 경찰이 이들을 '호위'하기도 했다. 이날 문을 연 중국 전역의 은행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은행은 이날 오전 할당받은 국채를 모두 판매했다. 이는 중국에서 불고 있는 '국채 매입 열풍'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 발행된 올 제1차 발행 국채 수익률은 3년 만기 2.42%, 5년 만기 2.74%로 오히려 정기예금 이자율(3년 2.52%, 5년 2.79%)보다 낮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이 국채를 선호하는 것은 '그래도 국채가 가장 믿을 만하고 안정된 수익을 보장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칭화(淸華)대의 주우샹(朱武祥)교수는 "최근의 주가폭락 및 인민은행(중앙은행)의 잇단 이자율 인하 정책으로 민간 여유자금이 국채로 몰리고 있다"며 "이는 중국인의 재태크 수단이 한정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채 매입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정부다. 민간자금을 손쉽게 끌어들여 재정 투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발행한 건설 국채는 약 5천1백억위안(1위안=약 1백55원). 올해 또 다시 1천5백억위안을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은 6백억위안에 달하는 제1차 국채 발행이 활기를 띠자 2차분을 앞당겨 발행할 계획이다. '국채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내수부양에 나서겠다'는 주룽지(朱鎔基)총리의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