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강 부문에서 취한 규제 조치를 농업 반도체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미국의 수입철강 고율관세 부과 결정으로 촉발된 무역분쟁이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수입철강 관세부과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그랜트 알도나스 미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부장관이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 행정부가 농업 및 반도체 분야 등으로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알도나스 부장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해외 부문에서 더욱 강한 성장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무역 부문에서 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수차례 경고했다"고 지적하고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 매우 심각한 거시경제에 대한 인내는 이 정도에서 그친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가 철강 이외 분야로 규제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강력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가뜩이나 고조되고 있는 무역분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철강규제 발표 이틀만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공식 제소한 EU도 관세부과, 착륙제한 등으로 외국 항공사들을 강력히 규제할 방침이다. 캐나다의 철강업계도 외국 제품의 수출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 발동을 위한 조사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입철강 관세부과 결정 이후 급속히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무역분쟁이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