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고용을 노사관계의 기본 축으로 삼아온 일본 재계에서 대졸 신입사원을 몽땅 1년 계약제로 뽑는 기업이 등장했다. 전자부품업체 롬(본사 교토)은 오는 4월부터 근무할 대졸사원을 원칙적으로 계약제로만 선발한다는 방침을 최근 확정했다. 회사측은 장기고용을 염두에 두고 채용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신입사원은 모두 1년 계약직이고 퇴직금도 없다. 따라서 장기근무를 원하는 사원은 기간 만료후 회사와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 일본에서 영업직을 계약사원으로 선발하는 기업은 더러 있었지만 대졸 신입사원을 전부 계약제로 뽑는 사례는 롬이 처음이다. 롬은 고도의 전문기술과 지식이 요구되는 직종에는 대학원 졸업자를 정사원으로 뽑아 배치할 예정이다. 계약직으로 입사하는 대졸사원은 기존 사원들과 분리, '제너럴 캐리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며 영업 생산관리 등 다양한 일을 맡게 된다. 제너럴 캐리어들은 퇴직금이 없는 대신 초임을 종전 신입사원들보다 약 8만엔 많은 월 28만엔 정도 받게 될 예정이다. 고용기간과 관련, 회사측은 "1년후 계약을 해지하고 정사원으로 전환시킬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롬의 이같은 채용방식 변경에 대해 일본 언론은 중간 정도의 지식과 기능 보유자들을 종신고용으로 채용하면 경제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인식이 확산된 증거의 하나로 보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