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갑천변 대덕밸리. 이곳에선 기업체의 이삿짐을 나르는 차들이 자주 눈에 띈다. 벤처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광주 청주 등 전국에서 대덕으로 벤처기업이 옮겨오고 있다. 도담시스템스도 타지에서 이사와 이곳에 둥지를 튼 업체.경남 사천에서 회사설립 1년 만인 작년 4월 대덕으로 본사를 옮겨왔다. 삼성항공에서 29명의 직원이 나와 만든 회사로 항공기 시뮬레이터와 항공기 자동시험장비를 개발,한국항공우주산업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엄영준 대표는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옮길 곳을 찾다 대덕을 최종 이전지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덕으로 온 이후 우수인력을 33명이나 충원했다. 그는 "대덕은 행정지원을 잘 받을 수 있고 우수 기술을 쉽게 접할 수 있어 회사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 중소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이같이 회사를 대덕으로 옮긴 기업은 대덕이 2000년 9월 벤처밸리로 탄생한 이후 지난 1월말까지 68개에 달했고 이달초까지는 80개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약 70%에 해당하는 기업이 수도권에서 옮겨왔고 충청권 18%,영·호남권 등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이전업체가 늘어 지난해에는 월평균 3~4개 업체가 옮겨왔으나 올해 들어서는 한달평균 9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이전업체가 1년새 2~3배 증가한 것이다. 이에따라 대덕에 입주한 벤처기업은 대덕밸리가 선포되기 직전인 지난 99년 약 2백개에서 지금은 7백70개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연평균 2백30개업체가 새로 대덕밸리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 창업에 외지업체의 이전이 겹쳐 입주 벤처기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대덕밸리가 서울 테헤란밸리(벤처기업수 약 1천개)에 버금가는 벤처의 메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대덕으로 옮긴 업체중에는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지원에 힘입어 이사를 온 업체도 있다. 충북 청주에서 작년 5월 이전한 엑스포넷은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전문업체.조한출 대표는 "대전시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의지가 타지역보다 뛰어나 본사를 대덕으로 이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대덕으로 본거지를 옮긴 이후 영업도 활발해져 가입자를 7천가구로 늘렸고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 올해는 가입자를 1만명으로 늘리고 매출 40억원과 순이익 5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이오업체인 바이오니아도 비슷한 케이스.충북에 본사를 두고 있던 바이오니아는 2백50억원을 투입,대전3공단에 대규모 공장을 건립하면서 본사를 대덕으로 옮겼다. 1만평의 부지에 합성DNA 원료공장 등을 갖추고 시험가동을 하고 있다. 박재환 전무는 "대덕이 벤처기업을 영위하기에는 최고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대덕전입 상담이 부쩍 늘어 올해에만 1백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대덕으로 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