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증권사인 메릴 린치는 엔론사태 이후 실추된 증권사의 산업분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사 산업분석가들에 대해 기업들이 제시한 잠정수익보고내용을 근거로 기업평가를 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6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증권사의 증권조사실장 디팩 라지는 분석가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금융회계표준위원회의 지침을 따라 기업에 대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되 일반적으로 특별비용을 포함시키지 않는 기업의 잠정수익보고서를 신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기업 수익상황을 추적하는 톰슨 파이낸셜/퍼스트 콜의 조사실장 척힐은 증권사 산업분석가들이 그간 특히 기술주 부문에서 진지하게 기업평가를 해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의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산업분석가들이 그간 각 기업들이 제시한 잠정수익보고서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기업들이 부풀린 이익이 기업평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불합리한 일이 많았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기술기업과 닷컴기업에 그런 경향이 매우 짙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또한 분석가들은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할 경우 자신의 회사가 그들 기업의 공개나 증자 업무를 따내지 못할 가능성 때문에 '거품성' 평가를 하는 경향이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메릴 린치의 신뢰도 제고방안을 다른 증권사들이 곧바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 삭스의 한 관계자는 자사가 잠정수익보고서를 포함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기업평가를 한다고 전제한 후 현재의 평가방식을 고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도 자사가 항상 겉에 드러난 수치에 의존하지 않고 심층분석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메릴 린치가 최대증권사인데다 엔론사태 이후 주변의 따가운 시각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산업분석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잠정수익보고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