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대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일본, 한국 등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방침을 천명하거나 검토에 들어감에 따라 WTO 분쟁해결절차와 승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분쟁해결절차 = 정부는 "미국의 조치내용을 검토해 WTO 규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경우 제소를 검토하겠다"며 `선(先)검토'를 전제조건으로 달아놓았다. 이 때문에 우리가 최전방에 나서 먼저 WTO에 제소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EU와 일본 등이 제소 움직임을 보일 경우 공조체제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일단 WTO에 제소하게 되면 제소국의 협의요청에 의해 30일 안에 미국과의 협상이 개시되고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제소국이 패널설치를 요청하게 된다. 이 기간이 대충 60일 걸리며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패널이 설치되면 분쟁당사자와 중립적 제3자가 참여한 가운데 보통 6개월 정도의 검토과정을 거친다. 이어 판정내용을 담은 패널보고서가 제출되고 2주 안에 분쟁당사자간에 합의에 이르면 보고서가 채택되지만 상소를 하게 되면 상소보고서가 다시 작성된다. 이에 따라 협의요청부터 보고서 채택기간까지는 상소가 없을 경우 12개월, 상소할 경우 15개월 정도가 각각 소요되지만 실제 20-24개월 가량 걸리는 예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승소 가능성 있나 =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WTO에 제소해 승소하는 비율이 꽤 높지만 이번 케이스의 경우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달 확정된 한국산 탄소강관에 대한 판정은 최근 승소케이스로 꼽힌다. 이는 미국이 탄소강관 제품의 급격한 수입증가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3년에 걸친 세이프가드를 발동, 2000년 3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데 대해 한국이 같은해 6월 WTO에 제소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최종 판정까지 20개월 넘게 걸렸다. WTO 분쟁패널에서 지난해 10월 미국이 패소한데 이어 상소심에서도 미국이 위법판정을 받은 취지는 세이프가드가 수입에 따른 국내 산업에 미친 피해 정도와 일치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벗어나 실제 피해에 비해 과도하게 부과됐다는 점. 또 국내산업에 미친 전체 피해 규모를 조사할 때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의 수입물량을 포함시켰지만 실제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두 나라를 제외시켜 '패러랠리즘(parallelism)'을 위반한 것도 지적됐다. 6일 발표된 세이프가드의 경우 미국내 철강산업의 피해가 수입산 제품 때문에 발생했는지 여부를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에서는 수입제품 때문에 자국 철강산업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미국 철강산업이 자체 구조조정에 게을리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 팽팽한 설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번 조치가 탄소강관 케이스처럼 산업피해에 비해 세이프가드의 내용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판단, 승소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 철강산업이 망가져 있는 상태에서 수입산에 따른 산업피해가 없다고 입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들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