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15.1인치 유기EL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의 개발은 6시그마 기법중 하나인 DFSS(Design For Six Sigma)를 활용한 덕분이었다. DFSS는 최적의 설계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의미로 신제품 개발이나 내부 업무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데 가장 유용한 도구다. SDI는 이를 통해 당초 목표한 3년의 개발기간을 절반 가까운 1년6개월로 단축시키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SDI는 6시그마를 통해 제품 수주에서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을 5일에서 3일로 단축시켰다. 6시그마 분석기법을 활용, 영업에서 생산 자재입고 등 모든 업무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재설계한 결과였다. 6시그마(sigma) 운동이 국내에 본격 도입된지 3년만인 올해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99년 국내 산업계의 경영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 제창, 캠페인을 벌여오면서 전기.전자업종의 제조업 중심에서 출발해온 6시그마가 자동차 기계 화학 업종으로 확산된데 이어 최근에는 식품 의류 건설 등 전 업종에 걸쳐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외환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GE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던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6시그마는 이제 국내에 소개된 이후 3년이 지나면서 모든 기업들 사이에 경영품질을 평가하는 '언어'로 자리잡았다. 이는 6시그마 운동이 제조현장에서 생산성과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영혁신기법으로 검증된 결과다. 제조업체의 경우 필수사항으로 정착됐으며 증권 보험 은행 등 금융서비스 업종으로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미 6시그마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업체들도 단순히 제조현장 중심의 품질향상 방법론에서 접근했던 방식에서 탈피, 6시그마를 경영전략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2단계 작업을 진행중이다. 국내 대표 기업중 LG는 6시그마를 그룹 경영전략으로 채택해 활용하고 있다. 삼성도 6시그마를 단순한 품질향상 기법이 아닌 경영전략으로 간주, 삼성카드와 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말레시이아법인을 비롯, 해외법인까지 본사의 CRM(공급망관리) 및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과 연계한 6시그마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본사는 물론 만도 한라공조 만도공조 등 협력업체와 연계한 6시그마 추진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는 사무간접 및 R&D(연구개발) 부문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주)효성도 기계부문을 시작으로 올해 전사적인 6시그마 체제로 접어들 예정이며 LG유통도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다. 대표적인 철강업체인 포항제철은 올해 PI(업무혁신) 2기 체제로 돌입하면서 5월부터 6시그마 경영혁신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6시그마 경영혁신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철도청에 이어 지난해 도시철도공사가 도입한데 이어 농협중앙회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등도 6시그마 교육 및 컨설팅을 검토중이다. 공기업마저 경영혁신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6시그마를 꼽고 있는 실정이다. 6시그마의 이같은 위력은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아래 통계척도를 활용해 모든 업무의 품질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벨트제도라는 내부 전문가 양성을 통해 혁신문화를 조성해 가며 총체적인 고객만족경영시스템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6시그마는 경영전략이자 경영철학이면서도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경영혁신 수단 그 자체로 정의되고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표형종 6시그마 경영품질 팀장은 "6시그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