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의 영향으로 화물열차 운행이 사실상 중단된가운데 물류대란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철도파업 이틀째에 접어들면서 화물을 제때 수송하지 못해 곳곳에서 수송난을 겪고 있으며 물류기지에는 미처 수송되지 못한 수출컨테이너 화물이 쌓이기 시작하는 등 수출화물 수송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와중에 일부 화물업체들은 적잖은 웃돈을 업체에 요구, 기업들의 수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업체들은 "파업 전 기존 고객의 물량 이틀분을 미리 수송했으나 파업 3일째인 27일부터는 기존 물량에 신규 주문까지 겹쳐 수출입 화물은 물론 생필품도 제때공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수송 차질 = 철도 파업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철강, 석유업계, 산업공단, 물류기지 등에서 우려했던 물류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계는 5량(200t)에 해당하는 수송차질이 빚어졌고 산업공단에서는 컨테이너 40개가 수송수단을 구하지 못해 발이 묶였다. 유류수송은 울산지역 135량, 온산지역 31량, 여수.광주지역 114량 등 모두 280량분이 애로를 겪고 있으며 특히 석유화학업계는 384개의 컨테이너 수송차질이 발생,하루 23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철도를 통한 의왕발, 부산.광양행 수출화물 수송량이 평소의 3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로 인해 수출입 화물의 적기 선적이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철도 의존도가 높은 성신양회, 아세아, 한일, 현대시멘트 등 시멘트 업체도 재고분이 3일치에 불과한데다 생산에 필요한 부원료 슬러그, 유연탄의 수송이 제대로이뤄지지 않아 생산 자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 지역과 부산.광양항간의 수출입 화물 물류기지인 경기 의왕시 경인ICD(내륙컨테이너기지)에는 수송편을 구하지 못한 수출컨테이너 화물 1천80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가 적체됐다. 이는 경인 ICD에서 하루 반출되는 수송량의 40%에 해당하는 것으로 25일 540TEU에서 파업 이틀만에 적체량이 배로 늘어났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광양지사는 하루 375TEU의 수출입 화물 운송량이 20%로떨어져 수출전선에 드리운 먹구름을 실감케 했다. 철도청은 이날 80편의 화물열차를 운행했으나 파업전 평상시 운행횟수 434회의18.4% 수준인데다 처리물량도 12만4천t에서 3만t에 그쳐 수송량 확대에 한계를 드러냈다. ▲화물차 확보, 수송비 부담 비상= 도로 화물수송비용은 철도보다 20% 비싼데다기업체의 화물차 확보 전쟁이 빚어지면서 운임이 30% 가까이 폭등, 기업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더욱이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트랙터는 통상 화물 선적과 수송까지 하루가 소요돼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화물수송 공백'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제지와 한국석유공업은 육로 수송으로 대체함으로써 수송비 부담이 61.8%,122% 각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류업체는 철도의 수송비가 ℓ당 8원인데 반해 탱크로리는 운송단가가 25-30원에 달해 수송비 부담이 3-4배 증가했다. 수송물량의 18%를 화물열차에 의존하던 대한통운과 한진은 물량을 육상 수송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화물차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주문마저 20% 가량 폭주, 시간이흐를수록 야적장에 적체된 컨테이너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한통운 의왕ICD의 이창만 사무소장은 "오늘 40대의 트랙터가 부산과 광양으로출발해 내일은 전혀 수송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운임을 아무리 준다고 해도 차량을 확보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화물차 확보전이 가속화되자 트랙터의 하루 운임은 평상시 36만원에서 50만원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운송업체들은 수송우선 순위를 대기업 물량 위주로 구성, 지방 중소업체들은 수출화물의 적기 수송에 상대적인 불이익을 보고 있다. 화학비료의 경우 70% 이상을 화물열차로 수송해 왔으나 파업이 시작되면서 운송이 끊겨 육상운송으로 일부를 대체하고 있지만 차량 확보가 여의치 않아 파업이 장기화되면 파종기를 앞두고 농민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대책 = 이같은 사정에도 불구, 건설교통부는 "등록된 트랙터가 2만2천911대이고 평상시 가동률이 60%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도로수송에는 문제가 없다"고 낙관론을 폈다. 다만 파업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수송지연으로 인한 부산항 수출입 화물의적체, 비축물량의 감소 등으로 사회.경제적 혼란이 커 질 것으로 보고 복귀 기관사등을 비축물량이 적은 유류나 생필품, 수출입 화물 수송에 우선 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자원부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의 화물차 진입을 허용해주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