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이틀째인 26일에도 전국 철도운송 절반 가량이 마비돼 시민들의 출.퇴근길 불편이 잇따르고 산업체 화물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교통.물류대란'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운행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차질로 수출감소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 철도망 마비 = 이날 오후 서울과 인천, 수원 등을 연결하는 국철 1호선 7개노선의 전체 운행률은 대체인력 투입으로 68.2%로, 경인선과 경수선은 각각 41.1%,47.5%로 올랐지만 수송인력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철 배차간격이 신도림역의 경우 10~12분, 용산역은 성북방향 20분, 인천방향 10~15분, 구로역은 수원방향 15분, 인천방향 6분, 청량리역은 용산방향 20분, 의정부방향 10분으로 전날과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났다. 시민들은 이날 서둘러 출.퇴근길에 나서거나 대체교통 수단을 이용, 각 구간의 승강장에는 파업 첫날과 같은 큰 혼잡은 없었다. 전국 철도망의 경우 새마을호.무궁화호.통일호 등 여객열차의 운송률은 28.1%,화물운송의 `동맥'인 화물열차 운행도 평소의 20% 밖에 소화하지 못해 `물류대란'도 여전했다. 평소 12만~13만t이던 화물운송의 경우 전날 1만3천800여t에서 이날 오후 2만여t으로 다소 늘어났으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수급차질로 인한 수출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부선의 경우 새마을호 6편, 무궁화 18편, 호남선은 새마을 1편, 무궁화 6편, 전라선은 새마을 1편, 무궁화 4편, 장항선은 무궁화 2편, 통일호 2편 등이 운행계획이 잡혀있는 실정이다. ◆ 대체인력 피로누적 =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피로가 누적, 운행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인원은 현장 경험자 365명과 퇴직기관사 124명, 군병력 204명, 119구조대 70명, 서울 지하철공사 파견 인원 23명, 철도대학생 8명 등 모두 794명이다. 이들은 파업 이후 14시간~16시간 가량을 근무하고 있는 등 노동강도가 평소보다1.7~2배에 이르고 있다. 현재 비상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관사 이외 역무원 등 다른 직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날 자정까지 파업참가 인원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기관사 피로누적으로 27일부터는 출근시간 이후 철도 운행횟수를 대폭 줄여야 해 파행운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전 9시30분께 철도청에서 2차 긴급 업무복귀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역의 경우 전날 수색역 직원 6명이 복귀한 데 이어 이날 서강역 역무원 한명이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교통체증 심화 = 철도파업으로 시민들이 승용차를 끌고 나오거나 버스.택시등 대중교통으로 몰리면서 서울.수도권을 연결하는 진입도로와 도심 등에서 '교통난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간선도로는 이날 오전 러시아워에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예 주차장으로 돌변했고 정체시간도 평소보다 20분 이상 빨라졌다. 경인로는 영등포 방향에서 평소보다 정체시간이 20분 가까이 앞당겨진 오전 6시50분부터 시작돼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고, 7시30분을 넘어서는 아예 시속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오후들어 경인로 문래동 4거리에서 영등포방면이 평소보다 차량들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시내의 경우도 한남로 남산 1호터널부터 경부고속도로 진입로까지 온종일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했다. 또 정릉~홍은동, 마당램프~강변북로까지의 내부 순환도로와 신정교~성산대교의 서부간선도로 등에서도 철도파업 여파와 대학교 졸업식 등으로 차량들이 크게 늘어 막히는 구간이 많았다. ◆ 공항.버스터미널 = 공항과 고속버스터미널에도 대체 교통수단을 찾아 밀려든 승객들로 붐볐다. 동서울고속터미널과 강남고속터미널에서는 이틀째 고속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를 제외한 국내선 전노선의 예약률과 탑승률이 평소에 비해 30~40% 가량 치솟았다. 이날 오전 9시30분 대한항공 국내선 여객기 20편의 탑승률은 95% 이상을 기록했고, 아시아나 항공도 90%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경우 부산행 비행기 2편, 대구행 비행기 1편을 각각 증편운행했다. 예약전화도 폭주, 오후들어 비행기를 예약하려는 에약문의전화가 수천여건에 이르고 있다고 항공사측은 밝혔다. ◆ 시민불만 고조 = 철도파업이 이틀째 이어지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노조지도부의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대해서는 불만을 터트렸다. 특히 이들은 이날 철도파업에 이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원 10만여명이 동시파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원 최동호(37)씨는 "어제는 40분이나 전철을 기다리다가 지각을 했고, 오늘도 출근길이 고생길"이라면서 "노조의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불편을 담보로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성민(32)씨는 "파업 때마다 시민들이 볼모가 되야 하느냐"며 "극단적 대결보다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