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가계부채에 대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최근 금융시장이 지나칠 정도로 개인대출 위주로 가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방치하면 개인신용불량자를 양산하게 되고 결국 금융권의 추가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경기거품에 대한 논란이나 부동산 가격 이상 급등도 정부가 칼을 빼든 배경이다. 가계부채는 최근 2년동안 1백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증가해왔다. 이번 조치로 가계로만 흐르던 자금이 기업으로 물꼬를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대손충당금 적립부담 늘어나 =앞으로 금융회사들은 개인에게 돈을 빌려줄 경우 종전보다 많은 금액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감독규정에서 정한 최소한의 적립비율에 따라 개인대출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으나 앞으로는 미래상환능력(FLC) 기준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들은 개인에 주택담보대출을 할 경우 대출금의 50%를 무위험자산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인대출을 선호해 왔다. FLC를 적용할 경우 무위험자산이라는 개념이 올해부터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는 부담을 안게 된다.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상당한 비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높이지 않으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 마이너스대출(한도대출) 위축 =정부는 개인에 대한 마이너스대출을 '우발채무'로 분류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이 마이너스대출금을 인출하지 않더라도 은행 입장에서는 우발채무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새로 생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은행에 마이너스대출 한도만 설정할 경우 이자를 내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일정한 이자를 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이 마이너스대출 약정한도(우발채무)의 일정비율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대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 부동산담보대출 금액 축소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주택담보가치 평가비율을 낮추도록 유도할 경우 대출금액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시세와 경락률의 변동위험성을 감안하고 아파트 방수만큼 대출금을 차감하는 제도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개인들의 실제 대출금은 현재의 8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부작용은 없나 =정부는 이번 가계부채 억제대책이 '가계부채를 인위적으로 낮추려는게 아니라 위험요인을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이고 가계대출약정한도(마이너스대출)를 우발채무로 포함시켜 관리해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돈이 한쪽(가계)으로 몰릴 경우 금융회사의 위험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자원배분의 효율마저 떨어뜨리게 된다"고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금융회사의 개인대출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대출이 이미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갑자기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할 경우 은행의 수익이 악화되고 자기자본비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급격한 정책변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