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철강, 반도체 업종 등의 세계적인 공급과잉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20일 '공급과잉 경제의 도래와 파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특히 향후 전세계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될 중국은 오는 2010년 반도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이 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IT분야 뿐 아니라 철강과 조선 등 제조업에서도 공급 과잉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럴 경우 디플레이션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어 기업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신기술 개발, 내수 활성화,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반도체를 포함한 자동차와 조선 철강 석유화학이 대표적 공급과잉 업종으로 꼽았으며 이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은 한국이 설비 확장을 주도함으로써 공급과잉에 기여한 바가 컸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지난 99년 과도한 설비투자로 7%의 공급 과잉이 초래된 후 최근 업체의 투자축소 및 수요증가로 다소 해소되긴 했지만 생산라인 업그레이드로 차세대 제품과 기술을 선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과잉 생산은 지난해 현재 2천300만대로 전년도에 비해 1천만대가 증가, 가동률이 정상 수준인 80%에 못미치는 70%에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한국이 공격적으로 자동차 생산설비를 확장하는 등 과잉생산 능력이 1천만대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선 업종도 90년대 중반 한국이 대형 도크 건설로 설비확장을 주도했으며, 90년대말 이후 중국이 세계시장을 노려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고 있어 현재 9%인 공급과잉이 내년 이후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철강 역시 지난 2000년말 현재 1억9천t 규모, 즉 10%대의 공급 과잉 상태가 2005년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은 매년 1천만t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각국이 생산능력 감축에 협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석유화학은 92년부터 중반에 걸쳐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설비 증설이 주도해 15%의 공급 과잉 상태를 가져왔으며 향후 중동과 중국에서 대대적인 증설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과잉에 맞서 IT와 BT(바이오), NT(나노) 등 차세대 유망 분야를 육성하고 기존 설비를 업그레드하는 한편 내수활성화로 수출 감소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국내외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