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시 A고교.이달초 개학을 했지만 "ㄷ"자형 건물 맞은편엔 건축자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건설장비소리로 학교분위기가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A고교는 이달말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맞추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에 따라 작년말 부랴부랴 공사를 시작했다. 장기계획없이 갑작이 서둔 일이라 일이라 이달말까지 공사를 끝내기는 불가능한 상황. 이 학교 김모(30)교사는 "어수선한 분위기는 그래도 참을 만 하다"며 "진짜 걱정되는 건 3월 학기가 시작되고 난 후"라고 말했다. 이달말까지 신축 교사가 완공되지 않을테니 일단 올해 신입생 5백25명을 종전처럼 한 학급당 43명 안팎으로 배정했다가 건물이 완공되는 5월에 다시 반 편성을 해야 한다. 1학기 학사 일정은 엉망이 될 게 뻔한 일. 교육부는 작년 7월 학급당 학생수를 이달까지 35명으로 맞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교육여건 개선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교학급 증설공사가 이달말까지 끝나는 곳은 절반에 불과하다. 학교별.지역별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벌인 통에 공사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 구리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여건을 개선하기는 커녕 교육여건을 악화시켰다"며 "중앙에서 생색내는데만 열중한 나머지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추진한 결과,재원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도 교사도 모두 피해를 보게된 교육투자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라고 통열하게 비판했다. 교원봉급은 세계최고수준,자기계발 경쟁은 전무=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를 보면 지난 98년 기준 한국의 교육비(공교육비+사교육비)는 국내총생산(GDP)대비 7.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23개국중 덴마크(7.17%)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교육투자 효율성(고교 1년생 수학.과학 성적의 합과 GDP대비 교육투자비의 비율을 지수화해 교육 투자대비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에서 한국은 19위로 최하위권에 밀려있다. 경쟁 원리가 도입되지 않은 현행 교원 보수체계도 교육 투자실패의 전형으로 꼽힌다. 올해 16개 시.도 교육청이 중앙정부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등을 통해 확보한 교육재정 예산규모는 약24조8천억원.이중 67%인 16조6천억원이 교원봉급으로 배정되지만 그것으로 끝.일반직장에선 일상화된 "성과"나 "인센티브"같은 것이 교육계에선 남의 얘기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단 교사가 되면 능력에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고 국가 공무원으로 신분까지 보장되는데 누가 보다 나은 자질을 갖추려 노력하고 더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겠느냐"며 "우리 교원 봉급 수준은 OECD 회원국중 최고 수준인데도 교육 소비자(학생,학부모)에 대한 책무성은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에 만연한 "나눠먹기식 평등주의"는 투자효율성을 떨어뜨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교사의 70%에 한해 교원 성과급을 차등 지급키로 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교단 분열만 초래할 뿐"이라며 성과급 반납투쟁을 벌였다. 결국 교육부는 성과급 차등 지급률 격차를 대폭 완화해 모든 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교육부는 올부터는 아예 성과급을 수당화하는 "사실상 성과급 백지화(?)"를 개선안이랍시고 내놓을 방침이다. 체계적인 투자관리 실종=대학에 대해 정부 각 부처가 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을 하지만 성과를 종합평가하는 총괄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교육투자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영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교육부 과기부 산자부 등 여러 정부부처가 기술개발이나 연구센터 지원 등의 명목으로 대학을 지원한다"며 "하지만 부처간 사업영역이 정립돼 있지 않고 업무조정 체제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부처간 체계적인 업무 조정 및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선 비슷한 연구사업이 중복 시행되는 등 칸막이 행정에 따른 폐해가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두뇌한국(BK)21"사업도 세계수준의 고급 인력을 키운다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보단 대학간 "지원금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매년 2천억원씩 투입되는 BK사업비가 부당하게 집행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감사 결과 J대의 경우 BK보조금 4억2천7백만원으로 BK사업 비(非)참여학과의 기자재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대학은 석.박사과정 및 박사후 과정자에게 지급하는 BK보조금을 지원 대상자도 아닌 조기 취업자나 휴학생,자퇴생 등 1백13명에게 모두 2억4천6백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에 맡겨라=이영 KDI 연구위원은 "초.중등교육의 경우 개별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성과를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전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투자효율성을 높이려면 뭣보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다양하게 확대하는 등 시장논리에 보다 충실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연구비나 학자금 지원에 대한 투명한 운영시스템을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