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짧은 탓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양국간 통상현안 전반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자동차 철강 투자협정(BIT)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비롯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유전자변형 농산물(GMO) 표시제 완화, 의약품 무역장벽 제거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은 다음달 6일로 예정된 미국의 철강 산업피해 구제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자제토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국 정상은 지난달 말 정례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통해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진 '한.미 투자협정' 협상을 적극 추진키로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 주요 통상현안 =미국은 우선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수입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8%에서 2.5%로 내리고 한국 정부가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배기량별 차등세율을 단일화하고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과 미니밴 안전검사 기준도 완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은 철강 문제와 관련,산업은행이 한보철강 대출금을 출자전환한 것은 특정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한 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GMO 표시제도에 대해선 현재 콩 옥수수 콩나물에 적용중인 표시제도를 의무 규정에서 임의 규정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에 규정된 지재권 보호기간이 저작권자의 사후 50년간인 만큼 한국의 저작권법이 제정된 지난 57년 이전의 사망자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소급 적용할 것을 요구중이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을 강화하고 플로피디스켓 CD 등 일시 저장매체에 복제하는 것도 금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우리측 입장 =정부는 자동차 관세율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협상에서 다뤄져야 하며 소비자 인식개선을 위해 올해 고속도로 순찰차 50대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또 철강 세이프가드는 자유무역 기조에 역행하는데다 WTO 규정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구제조치 발동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GMO 표시제의 경우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중인데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저작권 소급 인정은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나 수용하기 어려우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는 관련 부처에서 지속적으로 단속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BIT 체결 빨라지나 =양국은 상반기중 BIT 체결 협상을 마무리짓기로 하고 다음달 국장급 실무회의를 열 예정이다. 주요 쟁점은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 △지식재산권 소급 적용 △통신시장 개방확대 등 3개 분야다. 미국은 스크린쿼터와 관련, 종전의 완전 폐지 입장에서 다소 물러나 대폭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49%로 제한된 한국의 통신업체에 대한 외국인 지분한도를 확대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