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두이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7일 자신의 사임 시기로 발표된 오는 2003년 7월9일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총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ECB 총재직의 원만한 이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기꺼이 더 오래 이 자리를 유지하겠다"면서 "이는 2003년 7월 9일 이전의 조기퇴진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관측통들은 두이젠베르크 총재의 발언이 후임자로 유력시되는 장 클로드 트리셰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파산위기로 초래된 자신의 법적 곤경을 해결하기를 기다릴 태세가 돼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보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재무장관 재직 당시 거의 파산 상태에 빠져 있던 크레디 리요네은행의 위기에 관해 사실을 호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위법사실이 없으며 혐의를 벗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사법당국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트리셰 총재가 ECB 총재직을 맡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올해 66세의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2003년 7월 이후까지 현직에 머무르겠다고 밝힘으로써 트리셰 총재가 자신의 문제를 그 때까지 해결하지 못할 경우 유로 회원국들이 다른 후보를 찾을 수 있도록 여유를 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지금 퇴임 시기를 미리 밝힘으로써 ECB와 유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추측과 불확실성을 제거하기를 바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마스트리히트 AF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