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수 금융회사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올리며 '한국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12월만 해도 3%대 성장전망이 주류였지만 최근엔 5% 안팎으로 일제히 높아졌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국내 각종 경제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엔저(低) 미국경기 양대선거 등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어 마냥 반길 상황은 아니란 지적이 있다. ◇ 앞다퉈 상향조정 =이달 들어 성장률 상향조정이 러시를 이룬다. 한국은행의 성장 전망치(3.9%)를 대부분 밑돌던 전망치가 이젠 한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인 4.7∼5.5%로 대폭 올라갔다. 리먼브러더스는 지난해 11월 1차 상향조정(4.3%→5.0%)에 이어 지난 6일 '2002년 세계경제 컨퍼런스'(서울 신라호텔)에서 다시 5.5%로 높여잡았다. 이는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높은 예상치다. ABN암로는 지난 7일 당초의 3.3%에서 5.4%로 높여잡았다. 가장 낮은 성장률(1.7%)을 점쳤던 UBS워버그도 이달초 한국의 지속적인 회복세를 강조하며 5.3%로 대폭 올렸다. ◇ 왜 올리나 =해외 금융회사들은 무엇보다 한국이 재정확대 금리인하 등으로 내수를 부추겨 경기침체에 적절히 대처한 점을 이유로 꼽는다. 최근 산업생산 서비스업지수 경기실사지수(BSI) 등 각종 지표에서 회복징후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부실기업 정리와 부채감축 등 구조개혁 성과가 결실을 거두고 일본 동남아 등 주변국과 차별화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리먼브러더스는 특히 "한국경제가 외부 충격에 유연한 정책대응과 국내 수요에 힘입어 아시아권에서 '발군의 스타(Star Performer)'로 부상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이들의 과찬에 오히려 부담스러워 한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경기가 회복국면에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함을 강조했다. 아직 수출부진이 심각하고 엔저로 인한 경쟁력 약화, 고(高)환율.고금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회복도 1백% 확신하기 어려워 국내경기는 반등 뒤 재추락하는 'W'자형을 그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성태 한은 부총재보는 "성장률이 당초 3.9% 전망보다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며 "성장률 자체보다 성장의 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