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이번 베이징기차공업공고유한책임공사와의 제휴로 향후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장이 될 중국시장을 본격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진입 자체가 장벽인 중국 베이징에 공장을 건설함으로써 높은 관세 장벽을 돌파하고 오는 2010년 세계 5위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다는 '화려한 비전'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취약한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05년까지 3대(大).3소(小).2미(微) 등 8개 자동차회사만 선정, 육성하기로 방침을 정했었다. 3대 업체는 디이(第一) 둥펑(東風) 상하이(上海)이고 3소 업체는 톈진(天津)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2미 업체는 창안(長安) 구이저우(貴州)다. 이번에 현대와 손을 잡은 베이징은 3소업체중 하나다. 합작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폭스바겐 GM 푸조 등과 '강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진출 배경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 99년 말 현재 총 등록대수 1천6백만대에 신차 수요가 연간 1백만대 안팎으로, 우리나라 시장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민 구매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오는 2010년께는 시장 규모가 5천만대(보유대수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차 수요는 지난해 2백35만대에서 오는 2010년 5백50만대로 2배 수준으로 늘어나고 승용차 부문은 같은 기간 79만대에서 2백50만대로 3배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같은 황금시장을 겨냥해 독일 폭스바겐을 비롯해 프랑스 푸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다이하쓰.혼다.스즈키.후지 등은 이미 중국 본토에 상륙한 상태다. 포드와 르노 역시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으로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모두 모여들고 있는 셈이다. ◇ 진출 전략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현지 합작법인 '위에다-기아차' 지분 20%를 기아차에 넘겨 중국시장 현지생산 창구를 기아차로 단일화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그동안 독자 제휴업체와 손잡고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재진출을 노려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시장의 중장기 수요 등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연간 20만대 규모의 공장을 확보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라며 "특히 현지업체와 제휴함으로써 경기변동 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말부터 EF쏘나타를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반떼XD 등 모든 승용 차종에 걸쳐 중국실정에 맞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론 월드카 'TB'를 비롯 중소형 승용차를 주력군으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각축장이 된 중국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폭스바겐이나 피아트는 중소형차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대형차의 경우는 수입차 업체간 경쟁이 매우 심한 상태"라며 "월드카를 비롯한 중소형차를 투입, 6천만명에 달하는 중국의 중산층 이상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지공장을 베이징 인근에 건설키로 한 것은 대도시가 중소 도시보다 용지 매입비는 비싸지만 수요계층이 인접해 있고 물류나 인프라 측면에서도 우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베이징에는 도요타 크라이슬러 등의 현지공장이 있어 부품업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