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자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정작 자선행위를 알리는 기법을 몰라 허둥댄다. 너무 떠벌리면 도리어 반감을 사고,조용히 있으면 공익에 소홀하다는 호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 예는 주위에서 쉽게 발견된다. 버리존커뮤니케이션은 9.11테러 이후 자사의 기부행위를 고객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되돌아 온 것은 냉소였다. "국가적인 비극을 이용해 회사를 선전하는 짓"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혼다는 이와 정반대다. "사회적 책무에 소홀한 이기적인 회사""미국인을 돕지 않은 외국기업"이라는 오도된 평가에 시달렸다. 어느 회사 못지 않게 많은 돈을 기부했지만 너무 과묵해 이를 잘 알리지 않은 탓이다. 두 회사 모두 "돈을 주고도 욕먹는"이율 배반적인 일을 경험했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다반사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존슨&존슨은 고도로 계산된 마케팅으로 덕을 본 흔치 않은 회사중의 하나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리서치업체인 해리스인터랙티브가 60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이미지"와 "사회적 책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9.11테러 이후 애국심과 국가재건을 호소하는 시사주간지와 시민단체를 후원한 덕분이다. 사실 기업들의 "자선 딜레마"는 말 그대로 난제이다. 존슨&존슨의 사례처럼 선행은 노골적이지 않게 은근히,그렇지만 확실히 알려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면을 갖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너무 낙심하지 마라.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기업을 알리는 방법에는 정도(正道)가 없지만 최소한 기업이미지를 가꾸는 방법은 있다. 해리스인터랙티브의 찰스 포럼 기업평판 연구소장이 제시하는 사례와 조언은 어느 정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는 "기업 이미지"의 경우 소비자의 정서적 호감,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크게 좌우한다고 말한다. 실례를 보자. 테러사건 희생자를 돕기 위한 온라인 모금을 벌인 코카콜라는 기업 이미지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제품과 서비스 항목에서 높은 소비자 만족도를 나타낸 HP(20->7위),FedEX(13->8위),타깃(32->21위)등도 전년도보다 순위가 상승했다. 반면 서비스 불만이 늘고 있는 맥도날드는 24위에서 33위로 추락했다. 주택 보수제품 판매업체 홈디포도 직원들의 늑장 서비스가 도마 위에 올라 4위에서 19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