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이테크 대기업들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 인원 및 설비 감축에 주력해 왔으나 자금 부족으로 신규 투자가 어려워 한국과 미국의 경쟁사들에 처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일본 전문가들이 3일 진단했다. 이들은 도시바, 후지쓰 및 NEC 등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업들이 오는 3월말 종료되는 2001회계연도에 모두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나 2002회계연도에는 그간의 구조조정이 효력을 발휘하고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쓰바 증권의 반도체산업 전문가 오다케 요시히데는 "한마디로 지금처럼 터널의 끝이 보이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할 수 있는 기업만 이길 수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일부 반도체 메이커들은 이것이 가능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다케는 "일본 메이커들은 호경기 때 투자했으나 정작 그 성과를 따먹을 무렵에는 경기가 급락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새로운 투자가 이뤄져야할 때지만 돈이 떨어져 불가능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한국의) 라이벌들은 투자 여력이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본 하이테크 기업들이 `스스로 이룬 성공의 제물'이 된 셈이라면서 지난 80년대 대대적으로 설비를 늘린 것이 수요가 크게 줄어든 이제는 자충수가 됐다고 표현했다. 노무라 증권의 반도체 전문가 미야자키 도모히코는 "일본 기업들이 자본 투자를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이는 새로운 컴퓨터 터미널과 서버를 확보할 수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정보통신기기 메이커들의 타격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하이테크 메이커들이 긴축 경영을 위해 설비를 경쟁사에 매각하는 것도 충격을 크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계 최대 노트북 메이커인 도시바의 경우 지난해 12월 미국내 반도체 라인을 현지 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또 범용 D램 생산도 중단시켰다. NEC도 해외 D램 생산을 포기한데 이어 일본내 라인 두 개도 캐나다 회사인 셀레스티카에 매각할 계획이다. 후지쓰 역시 IBM과 합작 또는 제휴 관계를 맺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도카이 도쿄 연구소의 히로세 오사무 수석연구원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이미 일본 메이커들을 따돌리고 있다"면서 "업계 1-2위만 수익을 낼수 있는 각박한 상황에서 일본이 상황을 번복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NEC, 도시바 및 후지쓰의 재무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음"도 상기시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 메이커들이 그간 진행해온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기술을 혁신하고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 `상황은 끝'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