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31일(이하 현지시간) 236억달러 상당의 휴렛 패커드와 컴팩간 합병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정보통신업계 사상최대 규모인 양사 합병은 미 반독점 당국 및 양사 주주총회의 승인을 남겨놓게 됐다. 소식통들은 지멘스가 합병을 견제하기 위해 EU 반독점 당국이 4개월여의 조사를실시하도록 막판까지 로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EU 당국이 이 조사를 실시했을 경우 휴렛 패커드 공동 창업가(家)의 합병저지 노력이 큰 힘을 얻을 뻔했다. 이로써 휴렛 패커드 주주총회가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EU측은 "합병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고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판단해 합병을 승인키로 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칼리 피오리나 휴렛 패커드 회장겸 최고경영자는 "독점규제 당국이 경쟁을 진정으로 촉진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결정을 내렸다"고 환영했다. 컴팩의 마이클 카펠라스 회장겸 최고경영자도 "유럽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됐다"면서 "향후 독점규제 당국의 요구 사항들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시장 전문조사기관인 가트너-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휴렛 패커드와 컴팩이 합병하면 전세계 퍼스컴 시장의 22-23%, 서버 및 디스크저장유닛 시장의 약 47%가량을 점하게 된다. 회사 규모도 매출 기준으로 IBM에 뒤이은 두번째가 된다. 그러나 휴렛 패커드 대주주에 포함돼있는 공동 창업자 후손들이 합병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여전히 파란이 예상된다. 휴렛 패커드 경영진은 이에 따라 앞으로 상황을 봐가며 주주총회 일정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한편 EU의 합병승인 소식이 전해진 후 31일 뉴욕증시에서 휴렛 패커드 주식은 주당 15센트가 떨어져 21.81달러에 거래된 반면 컴팩은 12.20달러로 20센트가 뛰었다. (브뤼셀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