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왔다. 핵심기술의 보유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R&D 투자가 확대될수록 경제의 잠재성장력이 높아진다는 점은 미국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검증됐다. R&D 투자가 꾸준히 증가했던 1996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2.5%로 이전 20년간의 생산성 증가율(연평균 1.4%)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경제는 이를 통해 ''10년 장기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매출액 대비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컨대 조명기구 면도기 LCD 부문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치과장비 스팀다리미는 세계 2위, 가전제품은 세계 3위인 네델란드 기업 필립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R&D투자비를 매출액 대비 7.5% 이상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미국 컴퓨터업계의 ''공룡''인 IBM은 지난해 연구개발(R&D) 부문에만 50억달러(약 6조5천억원)를 투자한 결과 미국 내 특허권 획득 9년 연속 1위에 올랐다. IBM은 로열티 수입만으로도 연평균 17억달러(약 2조2천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인텔도 연간 42억달러를 투자해 AMD Cyrix 등 경쟁사를 압도했다. 재료공학에서부터 바이오 화학 전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다국적기업 듀폰의 2000년 R&D 투자비는 약 18억달러(약 2조3천억원)로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한다. 1백30년 역사의 세계 최대 화학그룹 바스프(BASF)도 2000년에 15억 유로를 투자하는 등 매년 매출액의 4~5%를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일본업체들 가운데 마쓰시타전기 도요타자동차 소니 히타치 등 4개 기업은 한국 정부의 R&D 예산(약 4조4천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에드 젠더 사장은 "기업에 있어서 R&D 투자는 생명의 피와 같기 때문에 축소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적 기업들은 해외연구개발센터를 확충하는 등 글로벌 연구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제품기획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및 생산.판매까지를 연결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 시간적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뿐 아니라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예컨대 미국의 컴퓨터장비업체인 휴렛팩커드는 영국 브리스톨, 미국 팔로 알토, 프랑스 그렌노블, 일본 도쿄 등지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건설장비와 트럭 등을 생산하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 99년 스웨덴의 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연구개발(R&D) 기지도 한국으로 이전키로 했다. 나아가 기업들은 성과지향형.고객지향형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신제품의 출시 시기를 단축해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경쟁력의 관건"(P 혼 IBM 왓슨연구소 부사장)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매출액 대비 1.0~1.1% 수준(기업체 평균 기준)인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0년 국내에서 사용된 연구개발비는 총 13조8천4백85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68%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6위이지만 규모로는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11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