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학회 총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면서 모처럼 경제학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4년 임기를 두달여 남긴 전 총재는 2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발전학회 정기총회의 초청강연에서 ''부의 변화와 금리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은 총재의 외부 강연은 대개 직원들이 준비한 자료를 활용하는 식이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전 총재는 여느 강연때와 달리 상세한 각주까지 달린 한편의 경제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전 총재는 한은 장병화 경제예측팀장 등과 함께 이 논문을 준비하면서 총재 재임기간중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금리정책의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논문의 결론은 콜금리를 1%포인트 내릴때 민간소비가 연간 0.4% 증가한다는 것.전 총재는 금리하락시 소비 투자 등 총수요가 늘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 소비를 유발한다는 점을 경제원리를 적용해 설명했다. 전 총재는 취임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경제발전학회 2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총재에서 물러나면 순수 경제학자로 남겠다는 뜻을 직원들에게 수차례 밝힌바 있다. 이번 강연 논문은 전 총재가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심포지엄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논문에 가까운 개회사를 직접 보고 자극받아 준비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