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을 예고하는 소식들이 잇따라 날아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최근 경기가 바닥을 이미 지나 회복중이라고 밝힌데 이어 외국의 유수 금융회사들도 한국 경제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면서 ''경제 조기회복론''이 힘을 얻고 있다. 외국 증권사들과 투자은행들이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한국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평가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반증이다. 리먼브러더스는 지난해말 5%로 예상했던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최근 5.5%로 올렸다. ABN암로는 3.3%로 예상했던 성장률을 올들어 5.4%로 2.1%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3.5%에서 4.1%로, 메릴린치는 3.4%에서 4.0%로 각각 재조정했다. 외국 금융회사들의 경기 전망이 이처럼 좋아진 것은 실물 부문의 호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산업생산과 설비투자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이상 증가했다.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도 많이 올라 무역 수지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주요 수입품인 원유 가격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담합에도 불구하고 20달러 미만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실물 부문의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와 기업의 기대심리가 좋아지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해 12월 100.9를 기록, 6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앞으로 6개월 후의 경기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전경련이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1월중 105.1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기대지수가 높아지면 가계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좋아지면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며 "다만 그 시기가 언제 올 것인지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곧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우세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가 올해 2.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 미국내 실업수당 신청자수가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소비가 늘어나는 등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비스코 이그난지오 OECD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를 통해 "아르헨티나 사태와 엔론 파문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경제 회복은 올해 2.4분기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경제도 지난해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올해 1.4분기중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회복세로 접어들면 수출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엔화 약세 지속으로 인한 물가불안 우려, 현대투신증권 매각실패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부진,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단체선거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심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