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 < 참여연대 사무처장 >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는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시 천문학적 액수의 부정축재를 했음이 드러나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이는 취임 첫날부터 퇴임하는 날까지 평균 5억원 정도의 검은 돈을 하루도 빠짐없이 받아야 가능한 액수였다. 서울시의 한 하위직 공직자는 2백억원이 넘는 부정축재를 했다. 부정부패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권력형 부정부패를 일상화시킨 후진적 정치에 있다. 또 각종 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그동안 부패 추방의 중심이어야 할 검찰 국정원 등 사정기관도 부패 구조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었다. 그러니 부패 세력의 처벌에 단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법부도 부패에 대한 엄정한 처벌에 실패했다. 민간 영역에서 감시 역할을 맡은 언론도 부패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정치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비리 당사자 개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물론이고 부정과 부패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개선만으로 정치부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패정치를 척결하기 필요 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치부패를 반성하는 정치권의 뼈저린 반성이다.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지지를 돈으로 사려고 한다면, 또 정경유착의 관행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법이 아무리 엄격해도 깨끗한 정치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