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측의 제안이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헐값에 매각하기보다는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어차피 양측의 필요에 의해 협상을 시작한 만큼 과정상의 진통은 감내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특위는 일단 이번주 중으로 의견을 조율한 뒤 내주 초쯤 마이크론측에 수정제안을 할 예정이다. 당초 예상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협상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수정제안 예정=특위는 마이크론측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론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30억달러에는 하이닉스 잔존회사지분 인수대금(약 10억달러)까지 포함돼 있다.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을 단돈 20억달러에 사겠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마이크론이 영업권과 최근의 D램 가격상승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를 반영한 가격을 다시 제안할 예정이다. 도시바의 미국공장 한 개를 샀을 때 적용한 가치산정방식과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7%의 사업을 인수할 때는 가치평가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에 크게 뒤떨어져 있는 2위에서 시장의 40%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1위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해주는 영업권을 인정하라는 것. 또 최근 D램 시장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어 사업가치 자체가 크게 올라간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은 아무리 양보해도 50억달러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위는 메모리사업부의 가치평가에 대한 이견을 좁힌 뒤 부채탕감 등 세부적인 정산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도체사업 전체 인수를 제안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D램공장설비만을 원하는 마이크론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방안으로 보인다. ◇협상이 깨지지는 않을 듯=마이크론의 30억달러 제안에 대해 채권단내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한빛은행 이덕훈 행장은 17일 "협상이 순조롭다"며 "마이크론이 제시한 가격이 협상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밝힌 반면 이날 다른 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제시한 가격으로는 협상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협상을 중단하고 독자생존을 추진하는 편이 낫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D램 가격도 올라 독자생존이 가능한 상황으로 바뀌지 않았느냐는 견해다. 하지만 양사의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D램값 상승에 반영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채권단으로서도 하이닉스의 사업을 계속 끌고나갈 자신감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마이크론도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만큼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타협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에 따라 협상이 장기화되더라도 판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특위의 한 관계자는 전망했다. 김성택·김준현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