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대출금을 안고 살 경우 매도인의 보증채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매도인이 다른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금이나 보증채무, 신용카드 대금 등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탓에 부동산 매입자가 억울하게 대신 갚아야 하는 피해가 줄어들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13일 부동산의 피담보 채무범위를 금융회사가 일괄 확인해 주는 제도를 도입, 우선 이달부터 국민은행과 농협에서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오는 4월부터 금융권 전체로 확대된다. 무엇이 문제였나 =대출금이 남아 있는 부동산을 산 사람은 해당 대출금만 갚으면 되는 줄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매도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다른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거나 보증을 선 경우, 또는 신용카드 연체대금 등 채무가 남아 있는 경우 부동산 매입자가 억울하게 채무를 갚아야 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런 피해는 부동산 구입자가 대출금이 남아 있는 금융회사와 채권양수도 계약을 맺고 해당 채무만 인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흔히 금융회사에 통보하지 않고 매매 당사자끼리만 서면으로 계약, 소유권을 이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 경우 법적으로도 분쟁 조정이 쉽지 않아 부동산 매입자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근저당권이 설정된 박모씨 집을 산 김모씨는 은행으로부터 박씨의 대출금 잔액이 8천5백만원이라는 확인을 받고 매입후 근저당권 말소를 요청했다. 그러나 박씨가 다른 지점에서 대출받은 돈과 보증채무를 포함, 모두 9천6백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이유로 은행측은 근저당권 말소를 거부했다. 어떻게 달라지나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대출금과 함께 살 경우 매입자는 해당 금융회사에 그 사실을 즉시 통보, 피담보 채무범위를 확인하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해당 금융회사는 전산망을 통해 부동산을 판 사람이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다른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것은 없는지 등 채무 상황을 확인해 준다. 부동산담보대출 규모가 비교적 큰 국민은행과 농협이 이달부터 이 제도를 시작하고 전산망이 갖춰지는 4월께부터는 전 금융권으로 확대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