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수단의 하나로 도입된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이 시행 4년째를 맞고 있다. 과다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그동안 ''밑빠진 독의 물붓기'' 등 온갖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의 연쇄도산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부실정리에도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 제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으나 지난 2000년 새한그룹 2개 기업을 마지막으로 신규 편입이 중단돼 기존 적용기업의 처리가 마무리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워크아웃에 편입된 기업은 98년 7∼11월 77개, 99년 27개(대우계열 14개 포함), 2000년 2개 등 총 1백6개 기업에 이르고 있다. 당초 6대그룹 이하를 대상으로 추진됐으나 99년 터진 대우사태로 5대계열에도 적용됐다. 지난해 말 현재 이들 1백6개 기업중 49개 업체는 워크아웃이 성공(졸업 또는 자율추진으로 전환)을 거둔 반면 8개 기업은 탈락, 14개 기업은 워크아웃이 중단돼 법정관리 청산 등의 정리절차를 밟고 있다. 나머지 35개 기업(대우계열 10개, 비대우는 기업통합으로 25개→15개)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이 진행 중에 있다. 이들 가운데 자율추진 중인 4개기업(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신동방 경남기업)은 조기정상화가 기대되고 있으며, 21개 기업에 대해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종결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 무엇이 문제였나 =워크아웃을 주도해야 할 은행 스스로가 존망의 기로에 선 상태에서 치밀한 사전준비 없이 추진하다 보니 많은 문제를 노정시켰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대상기업 선정이 회생 가능성보다는 문제기업의 도피처로 악용됐다는 점이다. 기업의 연쇄도산에 따른 충격을 줄이려는 정부의 이해와 당장의 도산을 피하려는 해당기업의 이해가 일치한 것은 물론이고 기업도산시 과거 대출에 대한 책임추궁이 두려웠던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이해관계까지도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협약외 채권의 비중이 높고(15%, 비대우 워크아웃기업 5%), 은행채권 비중이 낮아 사적 구조조정보다는 법정관리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됐던 대우계열에 워크아웃을 적용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워크아웃 성공률은 기업체 수 기준으로 46%에 불과했고, 그나마 대우자동차, 쌍용차, 고합 등 부실규모가 큰 기업의 정상화는 계속 지연돼 공자금 낭비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워크아웃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채권단 및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워크아웃 제도 존립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채권단이 기존 경영진을 몰아내고 경영 문외한을 최고 경영자로 파견한 것은 물론이며 엉겁결에 마련한 워크아웃협약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 보니 도처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단기적인 채권회수에 집착한 나머지 기업회생에 필수적인 핵심 비즈니스까지 매각하라고 강요해 경영진과 갈등을 빚는가 하면 비핵심 사업매각에 있어서는 실사금액의 과다계상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매각을 회피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비해 회생전망이 어두운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퇴출시의 책임추궁을 두려워 해 지원을 계속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진행 중인 25개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조기에 종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우자판 대우전자 쌍용차 세풍 등 4개기업의 매각과 회사분할을 추진 중인 대우통신 및 고합의 처리방안을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채권단과 경영진 간 갈등을 보이고 있는 새한의 구미공장 처리문제를 기업의 독자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매듭짖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아울러 워크아웃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겉돌고 있는 기업구조조정기구(CRV)와 상시구조조정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대출금 출자지분 등을 장기보유하는데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CRV 제도의 원활한 작동이 필수적이다. 많은 기업을 일시에 워크아웃으로 몰아넣는 이벤트식 부실정리를 피하기 위해서는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통해 부실기업을 그때 그때 정리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 논설.전문위원.한경종합연구소장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