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지표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생산 출하 재고 공장가동률 도소매판매액 설비투자 등 경기와 관련된 지표 대부분이 경기 호조를 뚜렷이 하고 있다. 12개월 동안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했던 설비투자 추계액마저 4.4% 증가로 반전됐다는 사실은 경기가 바닥을 굳히고 회복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 도약하는 실물지표 =생산 소비 투자는 늘어나고 재고율은 내려갔다. 경기 회복 시점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정(正)배열이다.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그동안 실물경제를 짓눌러 왔던 악재, 즉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분야의 생산과 출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각각 6.4%와 10.2% 증가했다. 올 상반기 내내 1백% 이상을 기록했던 반도체 재고증가율은 16.7%까지 빠르게 내려앉았다. 반도체 분야가 재고조정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또 다른 '효자' 부문은 조선업종이다. 기타운송장비(특수선박, 화물선, 철강유조선 등)로 분류되는 조선업종은 작년 같은 달보다 생산량은 53.9%, 출하는 57.3%나 증가했다. ◇ 통계의 착시도 있다 =모든 지표가 호조세이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은 통계상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전년 동월비'로 작성되는 통계는 올해 실적의 변화량과 똑같은 비중으로 작년 실적의 변화량이 변수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상품의 생산량이 올해 10월과 11월에 각각 10개로 똑같았지만 작년 10월과 11월에는 각각 10개와 5개였다면 올 10월의 생산증가율은 0%가 되고 11월은 1백%가 된다. 이번 산업활동 동향을 눈여겨 보면 이같은 착시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생산은 작년 10월까지는 두자리 증가율을 보이다가 11월 들어 6.5%로 내려앉았고 출하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설비투자는 작년 10월까지 매달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다가 11월에는 마이너스 1.1%로 곤두박질쳤다. 이 때문에 11월 경기가 과잉 표현된다는 것이다. ◇ 거품을 빼고 보면 =착시현상을 피하기 위해 전년비가 아닌 '전월비' 증가율을 기준지표로 판단하는 방법을 흔히 쓴다. 다행히 전월비로 보더라도 경기가 한걸음 한걸음씩 좋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달과 비교할 때 생산은 1.9%, 출하는 4.4%, 도소매판매는 0.9%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전월비 통계를 산출하기 어렵지만 대략 2.7% 정도 감소했다는게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의 변화 양상도 '차분한 바닥다지기'가 진행 중임을 말해주고 있다. 순환변동치는 96.9를 기록, 9월 이후 3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 경기회복은 언제쯤 =정부는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점을 내년 3.4분기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내년도 성장률을 상반기 3.6%, 하반기 4.6%, 연간 4.1%로 예상, 2분기 내지는 3분기 회복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은 "경제지표로는 지난 3.4분기에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볼 수도 있으나 지금의 경기가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수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