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이던 하이닉스[00660]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빅딜협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양사는 최근 2차협상에서 제휴의 뼈대에 `의견접근'을 보는데 성공, 내달중 양해각서(MOU) 체결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귀국한 하이닉스 박종섭 사장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접목되는 묘안(妙案)이 곧 나올 것"이라고말해 그간의 협상불발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양사와 관련 이해당사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묘안'이 과연 현실화될지 의아해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딜의 구조'는 합의 = 19일부터 일주일간 미국 현지에서 열린 2차협상의 일차적 성과로는 `Go(제휴협상을 계속 추진한다는 뜻)'를 정식 선언한 점이다. 지난 3일 전략적 제휴추진 발표때 한달내 `Go or No go'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Go 선언은 어차피 서로 `밑질게' 없다는 점에서 예정된 수순이기는 하지만 이번 협상에 거는 양사의 기대와 노림수가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성과로는 박 사장의 언급대로 `딜(Deal)의 구조'에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이다. 협상의 기본 틀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바꿔말하면 양사의의도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제휴의 밑그림이 완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첫 단추가 끼워진 셈으로 앞으로 협상전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제휴로 가닥 = 업계의 최대관심은 박사장의 귀국보따리에 담긴 `딜'의 형태다. 그간 합병(Merger)이냐, 인수(Acquisition)냐를 둘러싸고 각종 가설이난무했지만 협상의 향배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였다. 박 사장의 귀국발언을 종합해보면 딜의 형태는 일단 `마이크론이 원하는' 방안이면서 `하이닉스에 도움이 되는' 형태이자, `D램 산업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매우포괄적인 전략적 제휴방안이다.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살펴보면 마이크론으로선 가급적 적은 부담으로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가져가 시장지배력을 키우려는 속셈인 반면, 하이닉스는 경영권에 손대지 않은 채 자산을 신속히 매각, 유동성을 확보하는게 최선책이다. 여기에 하이닉스의 `오너'인 채권단은 경영권은 물론 회사자체를 아예 마이크론에 흡수합병시키는것이 채권회수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D램산업으로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감산(減産)이 최대 화두다. 각 입장을 아우르는 최대공약수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다만 절차가 복잡한 합병보다는 경영권 향배를 좌우하는 지분맞교환 쪽에 무게를 두고있는 분위기다. 마이크론이 그간 98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인수당시 현금투입 대신 지분맞교환 방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도 유사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따라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 25% 이상의 채권단 지분을 마이크론 주식 7~8%와 교환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이 하이닉스쪽 입장을 보다 충실히 반영할 것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경영권 인수보다는 `공동경영'이 가능한 수준의 20~25% 지분맞교환 방안에 의견접근을 봤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대신 지분맞교환 외에 마이크론측이 원하는 또다른 카드를 끼워넣는 포괄적 제휴라는 그림을 완성했을 것이란 얘기다. 마이크론으로서는 경영권 인수 외에 생산능력 확대가 절실한 입장이어서 국내외일부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하이닉스도 매각대금을 신규자금으로 조달받을 수 있다. 채권단으로서도 `비토'를 놓을 이유가 없다. 다만 이 역시 완전매각 또는 일부 지분 매각 등으로 매각방식은 여전히 가변적이다. 박 사장이 "딜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보인다. 난제도 만만치 않아 = 제휴방식이 복잡한 만큼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밸류에이션(Valuation.가치산정)이 관건으로 지적된다. 지분맞교환 방식은 마이크론이 무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하고 양사의 주식 유통물량대로 비율을 정해 액면병합을 하는 형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마이크론과하이닉스의 주당가치가 너무 차이가 나 액면병합 비율이 4:1에 이르는 수준이다. 첨단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일부 공장매각도 마찬가지다. 주식이나 자산가치를 높여놔야 지분교환 또는 자산매각때 채권단과 하이닉스는 물론 일반 주주들로서도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측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채권단의 부채탕감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는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이크론으로서는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자회사가 되는 만큼 `부실'을 사전에 털어내라는 것이지만 하이닉스와 채권단으로서도 주당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부채탕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10월말 채권단 지원결의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던 채권단이 부채를 어느수준에서 떨어낼지는 미지수다. 일부 공장매각 문제도 해외채권금융기관들의 담보문제가 얽혀있어 쉽사리 결론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향후 일정 = 일단 양사가 협상을 계속 추진키로 함에 따라 중요한 고비는 일단 넘겼다. 박 사장이 들고온 협상안이 아직 `시안'이기는 하지만 금주중 구조조정특위에서 큰 논란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채탕감 문제를 비롯해 채권단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면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마이크론측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은 내달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A의성격상 양해각서 체결후에도 실사 등의 과정을 고려할 때 최종 협상타결때까지는 1~2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