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금융권에서도 말 그대로 격동의 세월이었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합병국민은행과 우리금융,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출범으로 은행권은 일대 판도변화를 겪게 됐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사상 초유로 은행 정기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가 열렸다. 이 바람에 보험권은 역마진을 보는 곤욕도 치렀다. 세계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9월11일 세계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붕괴되는 재앙도 있었다. 이 테러는 미국 보복전쟁으로 이어져 세계경기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꺾어버리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같은 변화속에서 국내 금융계도 충격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어려운 금융환경속에서 남들보다 한발이라도 더 먼저 변화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은 계속 이어졌다.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생존전략'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같은 변화속에 올 금융권의 생존전략 초점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우선 '수익위주의 경영전략'이다. 금융 구조조정 과정이 진행되면서 수익위주의 경영만이 생존의 키워드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은행권은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충족시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펼쳤다. 가계대출 프라이빗뱅킹활성화 등 소매금융 강화, 인터넷뱅킹 등 디지털금융 강화, 원가분석에 입각한 수수료 신설 및 인상 등이 모두 수익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또 하나의 초점은 외환위기 이후 불거진 과거 유산을 정리하는 작업에 맞춰졌다. 자산건전성을 꾀하기 위한 노력이다. 부실자산을 매각하거나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면서 추가 부실을 막는 작업,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기업회생을 돕는 것 등이 이같은 차원에서 진행됐다. 과거 부실을 털고 새로운 수익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올 금융권의 화두였던 셈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제정한 제11회 다산금융상을 거머쥔 수상자 면모를 보면 이같은 특징이 뚜렷이 드러난다. 최고경영자상을 받은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외환위기 여파로 부실화된 조흥은행을 건전화하고 과감한 금융지원으로 거래기업의 경영개선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행장에 취임한 위 행장은 은행조직을 포함한 모든 시스템을 개혁했다. 고객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리스크관리체제를 개편한 것 등이 한 예다. 또 겸업금융과 E비즈니스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과감한 업무제휴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지원과 여신관행 개혁 등을 통해 조흥은행의 영업기반을 더욱 확대했다. 특히 부실기업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 해태제과와 쌍용양회 등을 말끔히 처리하기도 했다. 은행부문 금상을 받은 기업은행은 올해 김종창 행장의 부임이후 중소기업 지원과 수익기반 창출에 힘을 기울인 노력이 돋보였다. 생명보험분야의 삼성생명은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변동금리 및 변액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전략을 선보였다.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속에서는 장기투자 자산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전략변화는 삼성생명의 위기극복 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손해보험부문의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 등 급변한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상품 마케팅 서비스 자산운용 분야에서 핵심역량을 꾸준히 강화하는 전략으로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다. LG카드는 정부의 신용카드사용 활성화 정책을 등에 업고 소비자금융시장을 파고들어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증권부분의 메리츠증권 역시 선진화된 트레이드시스템을 바탕으로 국내 증권시장의 경쟁력 제고에 앞장섰다. 이처럼 수상자들의 면면은 국내 금융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각 금융사가 어떻게 활로를 뚫고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물론 수상자 뿐만이 아니다. 금융환경의 변화를 선도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은 다른 금융사 역시 공통의 과제다. 합병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자산과 네트워크망을 무기로 금융시장 개혁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은행 증권 투신운용 신용카드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내년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 증권 등 다른 영역에서도 대형화와 겸업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한 여정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산업을 이끌어 갈 2002년 다산금융상의 주인공도 그 과정에서 탄생할 것이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