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일 새벽 5시간 동안의 심야 마라톤 협상끝에 일반회계 기준 111조9천792억원의 새해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날 새벽 1시 20분 5천억원과 7천억원 규모의 순삭감안을 가지고 협상테이블에마주 앉은 여야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은 6천억원대에서 순삭감키로 방침을 정했으나 핵심쟁점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협상의 걸림돌은 남북협력기금 출연금(5천억원), 전남도청 이전비(450억원), 전주신공항(173억원), 광주김치종합센터(63억원) 등으로 모아졌다. 민주당은 남북협력기금 출연금과 전남도청 이전의 경우 현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만큼 손을 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한나라당은 "시급하지 않다"며 대폭삭감을 주장했다. 결국 양당은 회의도중에도 수뇌부와 수차례 조율을 거쳐 적정선에서 타협하는 `윈-윈게임'을 시도했다. 민주당은 남북협력기금 출연금에서 100억원을 양보했고, 한나라당은 전남도청이전과 제주 정상의 집(30억원) 전주 신공항(173억원) 사업비를 한푼도 삭감하지 않는 것으로 민주당측에 협상의 명분을 제공했다. 민주당은 또 부산남항대교(300억원), 부산신항배후도로(280억원) 등 한나라당측의 사업비 증액요구 상당폭 수용했다. 특히 이번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충청권 출신인 민주당 박병석(朴炳錫) 한나라당윤경식(尹景湜) 자민련 원철희(元喆喜) 의원은 지역구 민심을 의식, 충청권 예산 따내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도 내년 양대 선거에서 충청권 표심을 의식한 듯 대전 예술의전당(50억원), 계백로 국도 4호선 건설(100억원) 사업 등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이날 오전 6시 20분께 새해 예산안에 전격 타결한 소위 위원들은 예결위 전체회의가 소집될 때까지 합의 내역에 대한 보안을 다짐했다. 주요 사업에 대한 조정내역이 사전에 공개될 경우 지역구 사업이 반영되지 않은의원 등의 반발이 확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충조(金忠兆) 위원장은 소위 산회 직전 "오전 11시 예결위 전체회의 소집에앞서서는 합의내용을 절대 공개하면 안된다"고 소위 위원들에게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소위 소속 여야 의원은 물론 기획예산처 간부들도 이날 오전내내 증감내역 등 구체적인 조정안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한편 예결위는 이날 자료를 내고 "이번 예결위의 새해 예산안 심의는 그 어느때보다도 심도있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예결위 질의 의원수는 99년 199명, 2000년 237명, 2001년 339명으로 올해의 경우가 가장 많았다. 회의 시간도 소위원회를 기준으로 할 때 ▲99년 전체회의 90시간59분, 소위 32시간18분 ▲2000년 전체회의 120시간5분 소위 20시간456분 ▲2001년 전체회의 130시간39분 소위 25시간18분 등으로 집계됐다. choinal@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