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비상사태 선포의 근본원인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까지 몰린 경제난이다. 최근 수년간 잇단 긴축정책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근로자들이 급기야 대규모 소요사태를 일으켰고 이를 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아르헨티나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비상사태 선포배경=한마디로 경제위기에 따른 사회불안 고조다. 1999년 12월 취임한 페르난두 델라루아 대통령은 집권 2년 동안 무려 9번의 긴축조치를 발표했다. 그때마다 희생자는 근로자와 연금생활자 등 서민층이었다. 특히 올 들어서는 봉급과 연금지급액을 일률적으로 13%씩 깎았다. 하지만 경제회생 조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인 35%선으로 치솟고 1천3백2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는 아르헨티나를 디폴트로 내몰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는 지난 13일 델라루아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으로 표출됐으며 방화 약탈 등 사회 소요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영향은 미지수=비상사태 선포가 아르헨티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언하기 이르다. 이번 조치로 대외신용도 추락이 가속화돼 디폴트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1996년 9월 전국적으로 확산된 총파업은 이듬해 경제위기를 몰고 온 주범이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19일 아르헨티나가 몇주 내에 '전면적인 디폴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비상사태 선언을 계기로 정부가 소요를 조기에 진압하고 페소화 절하 등을 포함한 과감한 '경제살리기 카드'를 강력히 추진한다면 이번 조치가 중병을 앓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를 소생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19일 아르헨티나 증시는 페소화가 평가절하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돌면서 메르발지수가 전일 대비 7.6%나 급등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