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핵심관건으로 지목돼온 D램 고정거래가 인상이 이달초에 이어 지난주말 또다시 성사되면서 반도체시장이 빠르게 상승무드로 돌아서고 있다. 아직은 보합세인 현물시장도 덩달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D램시장의 새로운 기대주인 DDR(더블 데이터 레이트) SD램은 '없어 못파는' 품귀현상까지 빚으며 경기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따라 그간 `눈덩이 적자'로 위기에 처한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한 세계 D램업체들은 채산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보름만의 `깜짝 인상' = 이달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16개월만에 고정거래가격을 10-20% 인상했을때만 해도 본격 경기회복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적잖았던게 사실. 11월이후 현물가격 급등에 따른 '반사적 인상'의 가능성이 높아기 때문이다. 이후 현물가격도 2달러(128메가 D램)까지 치솟다 다시 약보합을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불과 보름만에 또다시 고정거래가격이 인상되자 업계에서는 즉각 '반도체 경기가 완연한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번도 어려운 고정거래가 인상을 두차례나 성사시킨 점은 다름아닌 가격협상의 주체가 수요자인 대형PC업체에서 공급자인 D램 업체로 넘어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다시 말해 수급구조가 점차 재고부족이 심화되면서 '공급부족'으로 기울면서 공급자들이 가격협상을 주도하는 형국으로 뒤바뀌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최근들어 D램 재고수준이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싱크로너스 D램이 1주이내, 램버스 D램이 2주이내로 재고일정이 좁혀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호황기를 제외하고는 한달에 두차례나 고정거래가를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특히 올 한해 거래가 마무리되는 15일에 맞춰 고정거래가를 올린 점은 상징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 "캐시코스트 넘었다" = 이번 고정거래가 인상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현물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간데다 제조원가에는 못미치지만 캐시 코스트(Cash Cost:제조원가에서 고정비.감가상각비를 제한 원가개념)도 넘어섰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물건을 팔아 현금이 들어오는 수준이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체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그간 '밑지는 장사'로 버티기를 시도하던 대부분의 D램 메이커들로선채산성 개선으로 영업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차례에 걸친 고정거래가 인상 폭은 지난달보다 20∼40% 가량 오른 개당 1달러 후반대(128메가 D램 기준). 비슷한 가격에서 형성되는 128메가 D램의 캐시코스트를 근소하나마 넘어섰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한때 개당 0.9센트대까지떨어졌던 128메가 SD램은 반도체가격이 배로 오른 상태여서 매월 1∼2천만개의 D램을 생산하는 반도체 메이커들로선 영업적자 폭을 크게 줄일 수 있게됐다. ◆ DDR, '없어 못판다' = 반도체 경기상승을 예고하는 또하나의 지표는 DDR의 품귀현상. 일반 범용D램 보다 속도와 성능이 두배이상으로 새로운 D램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DDR은 최근 인텔 펜티엄4 PC의 메인메모리에 공식 채택되면서 반도체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DR 물량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부품업체들 간의 로비가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DDR시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D램메이커가 전체 시장의 8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과 인피니온 등 경쟁 D램업체들도 시장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내년초 추가인상 이어질 듯 = 이런 시장분위기대로 라면 D램 고정거래가격이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관건은 D램 현물가격추이다. 이달초 개당 2달러대까지 급상승했던 D램 현물가격은 조정기간을 마감하고이달말부터 본격 상승세를 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해 고정거래가 추가인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가격상승이 최소한의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제조원가 수준 이상으로 한단계 더 올라서려면 최근 제휴를 추진중인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감산제휴와 본격적인 PC경기 회복 등 보다 특별한 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또 반도체 산업여건의 변화로 과거처럼 D램 업체들에게 '대박'을 안겨 줄 것인지는시장의 여러 여건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론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