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업계의 선두 주자들인 휴렛 패커드(HP)와 컴팩간 합병 노력이 휴렛 패커드 가문의 강력한 반발로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휴렛 패커드의 공동 창업자인 고 윌리엄 휴렛의 장남으로 이 회사의 대주주인월터 휴렛은 13일 미증권거래위(SEC)에 제출한 서한에서 "합병안에 대한 엄청난 불만들이 있다"면서 "이 안이 주주총회에 올려지면 거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뤄지는 226억달러 규모의 합병안은 내년봄 휴렛 패커드 주주총회에 올려져 표결될 전망이다. 휴렛 패커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칼턴 피오리나는 그간 합병을 성사시키겠다는점을 거듭 밝혀왔다. 휴렛 패커드 이사회 멤버인 필 콘디트 보잉사 회장도 "합병이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월터 휴렛은 합병이 강행될 경우 휴렛 패커드의 프린트 사업에 특히 부정적인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합병으로 기업고객 유치, 인터넷 접속기기, 하이테크 서비스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컴팩 경영진도 이번주 합병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1일 컴팩 내부자료를 인용해 합병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홀로 서기가 준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렛 패커드 최대 주주로 지분율이 10.4%인 패커드자선기금을 포함해 지분이 모두 합쳐 18%인 휴렛과 패커드 두 가문은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휴렛 패커드 주식은 13일 뉴욕 증시의 거래 중반에 주당 67센트 하락한 21.14달러에 거래됐다. 컴팩 역시 35센트 떨어진 9.44달러를 기록했다. (새너제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