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에서 기존 제품의 일부 기능을 특화한 아류(亞流)제품이 주류(主流)시장을 급속히 잠식,해당 분야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는 주류와 아류의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 일반 냉장고 시장을 웃돌 전망인 김치냉장고와 이미 일반 밥솥을 제친 압력밥솥,DVD플레이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DVD플레이어콤보 등이 대표적인 아류 제품이다. 가전메이커들이 가전제품의 보급률이 높아져 기존 제품으로는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특정기능을 업그레이드시킨 틈새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추세여서 주류와 아류의 역전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류제품 중 시장규모가 가장 큰 김치냉장고의 경우 올해 판매량이 1백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일반 냉장고와 양문냉장고를 합친 것(1백39만대)과 맞먹는 규모다. 금액면에서도 올해 9천억원대의 거대 시장을 형성,일반냉장고(9천1백억원)를 거의 따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는 김치냉장고 판매가 1백50만대(1조5천억원)로 늘어나 정체단계에 들어간 일반 냉장고(1백31만대,8천6백억원)를 완전히 추월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대우전자가 지난 9월 출시한 반찬냉장고를 비롯 와인과 화장품 보관 전용냉장고 등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어 냉장고시장에서 아류의 강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4년 첫 선을 보인 압력밥솥은 이미 98년 금액에서 일반밥솥 시장을 누른 데 이어 올해는 수량에서도 일반밥솥을 제압했다. 올해 압력밥솥의 국내 판매는 1백50만대,1천8백억원으로 1백20만대,1천1백억원의 일반밥솥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압력밥솥 시장은 내년엔 2천억원(1백60만대)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DVD플레이어 콤보(DVD는 물론 기존 비디오테이프도 재생할 수 있는 제품)도 아류가 성공한 케이스. DVD플레이어 콤보의 올해 판매가 7만대,2백50억원에 달해 기존 DVD플레이어 시장(10만대,3백억원)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매출이 6백억원(15만대)으로 증가,DVD플레이어(5백억원,20만대)를 추월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드럼세탁기도 아직 시장규모는 작지만 아류가 주류를 누를 수 있는 제품으로 기대되고 있다. 드럼세탁기의 올해 예상 매출은 4만대(2백50억원)로 일반 세탁기 1백30만대(5천억원)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빌트인(Built-in:붙박이) 가전 시장의 확산과 생활습관의 서구화 추세에 따라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삼성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