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리정책(통화신용 정책)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또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올초 경기추락 속에 정책 대응을 놓고 딴 목소리를 냈던 두 기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10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내년 우리경제가 4%이상 성장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에 최대한 많은 예산을 집행하고 통화신용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운용방향에 재정정책과 금리정책까지 명시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졌다. '신축 운용'이란 표현에는 '필요시 콜금리 추가인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음은 삼척동자도 알만하다. 지난 10월이후 석달째 콜금리를 동결(연 4.0%)해온 한은으로선 당혹스런 대목이다. 한은은 그동안에도 시장에 '추가 인하는 없다' '연 4%가 마지노선이다'는 운(韻)을 띄워 왔다. 한은은 겉으론 "내년 통화정책방향을 내년초 발표할 예정"이라며 "진 부총리가 정부 경제팀장으로서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재경부가 합의할 곳(타 부처)과 협조를 구할 곳(한은)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실 경기진단에서부터 한은과 정부의 표현에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진 부총리는 내년 하반기 '본격 경기회복'을 점쳤다. 불과 며칠전 '완만한 회복'을 전망한 한은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특히 내년초 수뇌부 교체기를 앞둔 한은이다보니 재경부의 일거수 일투족에 예민해져 있다. 전철환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 6명중 3명이 내년 3월말을 전후해 임기가 끝난다. 한은은 금통위원 선임때 재경부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내년 양대선거 와중에 정부나 정치권에 휘둘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때문에 한은 일각에선 오히려 선제적인 금리인상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과도하게 돈을 푼 후유증으로 인플레와 버블(거품) 가능성을 항시 경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재경부와 한은의 금리정책 마찰은 갈수록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