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간 전략적 제휴를 위한 1차 협상이 사실상 끝났다. 지난 5일 방한한 마이크론 협상팀은 하이닉스 국내 공장에 대한 현지 예비실사를 완료했다. 협상팀은 실무차원의 협상조건을 논의한 뒤 11일께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본사에서 1차 협상 내용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작업을 거쳐 협상제안서를 마련,이달 중순께 하이닉스측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양측은 크리스마스 전 서울에서 2차 협상을 다시 갖고 협상 계속 여부와 전략적 제휴의 기본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제휴조건 등은 내년 초 최종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1차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제휴의 성격을 결정짓게 될 △지분교환 방식 △중복되는 노후 생산설비의 정리 △신규자금 투입 여부 △경영권 배분 등 핵심 쟁점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이 진행될수록 마이크론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하이닉스와 신규자금 투입 없이 하이닉스를 완전히 장악해 생산기지화하려는 마이크론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98년 마이크론이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의 D램사업을 자산인수(P&A) 방식으로 인수한 사례에 비춰볼 때 결코 만만한 협상은 아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노후·중복설비 정리=미국에서는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D램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로 만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의 연구개발과 영업기능은 제거되고 마이크론이 이를 전담하게 된다.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이 당초 의도했던 대로 '강력한 경쟁자를 제거'하는 한편 D램 시장점유율을 34~37% 수준으로 끌어올려 시장지배력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이다. 물론 하이닉스는 기존의 기능을 대부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구개발과 영업기능이 없어진다면 껍데기밖에 남지 않게 되는 만큼 이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노후 중복 설비를 상당부분 정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대부분의 공장에 회로선폭 0.15㎛(미크론·1백만분의 1m) 이하의 첨단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하이닉스가 다소 불리하다. 제품구성면에서 보면 마이크론은 메모리 중에서도 D램에 특화한 반면 하이닉스는 D램은 물론 S램 플래시 등 다양한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중복되지 않는 D램 이외의 분야는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국내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어려운 일부 품목은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규자금 투입 여부=지분교환 비율은 하이닉스 주식 15~20%를 넘겨주고 일정 규모의 마이크론 주식을 받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이닉스측에서는 채권단의 지분을 넘겨주는 게 아니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유상증자에 마이크론을 참여시켜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의 지분을 맞교환하면 하이닉스에는 신규자금이 전혀 들어오지 않게 되는 점을 우려한 것. 그러나 마이크론은 TI 인수시에도 자체 주식과 CB(전환사채) 후순위채권 등을 신규발행해 넘겨줬을 뿐 현금은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지분을 인수하면 당연히 이사 자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는 하이닉스측에서 선임토록 하더라도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은 자신들의 몫으로 달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