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제휴협상 계획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하이닉스 문제의 최종 해법이 드러났다. 한국 경제를 짓눌러 왔던 하이닉스 문제의 근원적인 처방으로 마이크론과의 합병 등 전략적 제휴가 추진되고 있음이 확인된 것. 채권단이 스스로 하이닉스의 독자 회생을 자신하지 못해온 데다 자금 지원도 충분치 못한 상황이어서 마이크론과의 제휴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D램 가격은 아직도 바닥권에서 완전히 탈출하지 못한 가운데 미국 정부와 의회 차원의 압력이 세계 D램업계 2위와 3위 업체의 '메가 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D램업계의 확고한 1위로 자금력 기술개발 시장지배력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려가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반(反) 삼성' 연합전선의 성격도 띠고 있다. ◇ 왜 마이크론인가 =하이닉스측은 협상의 시작일 뿐 아직은 '독자 생존에서부터 합병까지'의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독자 생존하려면 D램 가격이 단기간내에 급등하고 자구 노력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현금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현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가장 필요로 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D램 업체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밖에 없다. 삼성은 하이닉스측의 물밑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피니언이나 일본 대만 업체들은 현금 여력이 없다. 반면 마이크론은 올 8월말 현재 20억달러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고 차입금도 거의 없다. 또 업계 2위인 마이크론과 합칠 경우 시장점유율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36%에 육박해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한국 정부로서도 미국의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따라잡지 못한채 하이닉스의 도전에 힘겨워하고 있는 마이크론 역시 업계 1위의 위치에 오르는 동시에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효과를 노려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합병인가 제휴인가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협상을 고려해 아직은 합병 추진을 공식화하고 있지 않다. 논의 과정에 따라서 제휴도 될 수 있고 합병도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에서는 합병을 궁극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경영진과 종업원 입장에서는 하이닉스의 위치를 확고히하는 방법(전략적 제휴)을 선호하지만 채권단이 선호하는 방법(합병)도 있다는게 박종섭 사장의 설명이다. 마이크론측도 합병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협의하자는 적극적인 자세다. 박 사장이 "1개월내에 합병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의외로 합병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합병과 제휴 등 협력 논의가 언제든지 깨질 수도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이 자사에 대한 정보 수집에만 열을 올릴 가능성을 우려해 각종 대비책을 만들고 있다. ◇ 구체적인 협력방안은 =하이닉스로서는 일단 현금 유입이 협력의 전제조건이다. 하이닉스는 신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타진할 전망이다. 이미 내년 1.4분기 유상증자 때 전략적 제휴 파트너로부터 5천억원 가량을 유치한다는 복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반면 채권단에서는 상호 주식교환 등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채권단과 회사측의 입장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