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화 < 경제정의硏 기업실장 >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TV드라마 가운데 명성황후가 있다. 조선말 나라의 문호를 개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수구파와 개화파가 벌이는 투쟁을 그린 명성황후는 흥미진진함을 더해가고 있다. 그로부터 1백년 후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구한말 못지않게 급변하고 있고 외세에 대한 평가도 1세기 전과 마찬가지로 극단론이 병존한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외자 도입과 유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강하긴 하지만 우리 토종기업을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반박논리도 여전하다. 이제 우리는 국제정세를 예리하게 주시하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평가를 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국내기업이든 다국적기업이든 기업자체의 존립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우선 재무적인 경영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동시에 경영전략의 차별화 및 독특한 경영이념에 따른 경영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윤리경영을 소홀히 할 경우 시장경쟁에서 '도태 1순위'가 된다는 인식이 세계적인 보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은 세계 각국에 자회사를 두고 생산.판매활동과 자본.인적 자원 및 기술 자원을 공급하는 국제적인 조직망을 가진 기업조직으로 다수의 국가에서 다수의 국적인이 경영관리하며 주식도 다수의 국적인이 소유한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기업의 수는 투자금액 70억원 이상, 투자비율 80%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5백개를 헤아린다. 이는 국내 상장제조업체와 비슷한 숫자다. 다국적 기업을 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뉜다. 전자는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기여, 외환유동성 보충, 선진 경영기법과 기술의 국내이전 등을 평가한다. 반면 노동착취, 부패조장, 자본철수 위협, 경제력과 생산의 집중 초래 및 사회적 불균형 등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평가작업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현지화작업은 어느 정도 진척시키고 있는지 등 객관적인 지표를 개발하고 모델을 만들어 정교하게 평가해야 한다. 물론 우리 스스로도 이들로부터 선진경영 기법을 배우고 이들이 재투자를 하도록 좋은 투자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고용창출을 도모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의 국부를 확대하는데 다국적 기업들이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하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이른바 글로벌시대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경실련은 이러 관점에서 최근 '바른 외국기업상'을 제정했다. 경실련은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사회적인 기여에 대한 평가모형을 개발함으로써 객관적 평가를 시도했다. 우리는 이 작업을 통해 다국적 기업들이 보다 건전한 경영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한국경제와 국민의 삶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는데 보탬이 되고자 했다. 어떤 평가도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환경.인권.노동운동 차원의 기업감시와 제품 불매운동 같은 소비자운동 분야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론 인센티브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여야 한다고 본다. 특히, 우리 스스로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필요로 하는 이상 다국적기업에 대한 "모범사례 발굴과 칭찬을 통한 유인효과"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기업의 국내진입이 늘어나면 날수록 이들을 제대로 평가해서 칭찬해 줄 것은 칭찬하고 배울 것은 배우는 자세를 보여주는 작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이를 통해 다국적기업들이 사회공동체적 분배정의와 사회적 책임에 입각한 윤리경영을 하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