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위급 철강회의를 앞두고 미국이 한국 등 철강 생산국들의 설비감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우리 정부와 업계가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범세계적인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미국은 오는 27-29일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최고위급 관계자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서울에 파견,한국의 생산설비 감축문제를 본격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셔자드 상무부 차관보와 리저 USTR 대표보 등 통상부문 최고위급 관계자들이 포함된 미국 대표단은 28일 열리는 한국 정부와의 양자협의를 통해 OECD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세계적인 과잉설비 감축에 한국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무더기 반덤핑 제소와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에 따른 구제조치 마련 등 수입 철강재에 대한 2중,3중의 통상압력이 취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정부와 업계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201조 구제조치 발동 등 강력한 수입규제 가능성 등을무기로 철강 수출국들의 구조조정에 직접 개입,미국 업계에 우호적인 교역환경을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산업자원부 등은 미국의 예봉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성의표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자발적인 설비 감축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업계에 독려하고 있으나호응하는 업체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산자부는 업계의 반응이 없자 설비감축안 제출시기를 오는 30일로 한차례 연기한데 이어 차관보와 자본재국장 등이 직접 나서 과잉설비 감축에 의지를 보일 것을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퇴출, 경쟁력없는 설비폐쇄 등으로약 700만t에 이르는 설비능력 감축이 이뤄졌다며 한국에서는 더 이상의 설비감축이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12월 첫째주까지 OECD에 감축안을 내지 못할 경우 미국이 마련중인 구제조치에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대표적인 과잉설비 국가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면서 "미국은 만만한 한국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철강제품 가격의 교란요인이 되고 있는 일본의 과잉설비를 감축하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