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기 예측력이 '빵점'(0점)에 가깝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업들도 정부.한은의 경기전망을 믿고 사업계획을 짰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라는 분위기다. 진념 부총리와 전철환 한은 총재는 올초부터 성장률 전망이나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꿔왔다. 또 예상보다 경기부진이 심화되자 세계경기 침체탓에서부터 테러사태와 보복전쟁, 심지어 언론의 비관적 보도까지 핑곗거리도 다양했다. 성장률 전망에 대해 정부와 한은은 이미 세차례 이상 고쳐잡았다. 진 부총리는 연초 5%대, 6월 4%대, 테러이후 2%대로 전망을 바꿨다. 한은도 작년 12월 공식전망때 올 성장률을 5.3%로 잡았다가 6월 하반기 전망땐 3.8%, 지금은 2%대 후반을 점치고 있다. 틈날때마다 경기회복 시기를 언급한 진 부총리나 전 총재는 연초엔 '2.4분기부터'라고 했다가 막상 2.4분기엔 '하반기부터', 7.8월 수출급감 땐 '연말께부터', 9.11 미 테러사태이후엔 '내년 2.4분기부터'라고 수시로 정정했다. 정부.한은의 경기예측이 고무줄처럼 왔다갔다하자 대기업들은 아예 이를 무시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포항제철은 지난 7월부터 자체 모델을 개발, 분기마다 거시경제전망을 수정해 경영에 반영중이다. 관계자는 "정부.한은의 전망은 '희망 섞인 목표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