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상품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물가하락이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경기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지역 가격경쟁 심화=값싼 노동력 등을 무기로 한 중국 저가상품의 아시아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저가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2002년 인플레율을 0.8%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인플레 예상치 2.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홍콩 대만 중국의 물가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가격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력이 약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한국 말레이시아 등의 과잉생산 시설도 아시아 지역의 디플레를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 요소다. ◇경기악순환 촉발 우려=물가하락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는 물가하락으로 '할인점 급성장'이라는 유통구조의 개편 조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디플레는 '기업 수익성 악화→대량해고→소비심리 위축→물가하락'이라는 경기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가 추가하락 기대로 자금이 은행권으로 몰리면서 금리인하 효과도 줄어든다. 또 아시아 지역의 물가하락은 이미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등의 디플레 조짐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지난 10월 도매물가는 1947년 조사 이후 최대폭인 전달 대비 1.6% 하락했으며 인플레 핵심지표인 소비자물가도 0.3% 떨어졌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