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일명 '도하 개발 아젠다')가 내년 1월부터 본격 협상에 들어가게 됐지만,통상 전문가들은 "지역별 자유무역협정(FTA)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은 뉴라운드 참여는 절반의 성공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뉴라운드가 전세계적인 자유무역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지역무역협정이 없는 뉴라운드는 말그대로 '반쪽뿐인 교역 자유화'에 머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라운드 출범을 알리는 이번 세계무역기구(WTO) 각료선언문도 전세계 무역 자유화의 토대로서 지역무역협정의 중요성을 분명히 했다. 지역무역협정이 역외국에 대해서는 보호무역주의적 색채를 띨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를 인정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은 칠레와의 협상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면서 지금껏 WTO 회원국 가운데 FTA를 맺지 않은 사실상 유일한 나라로 남아 있다. 자유무역협정에 가입함으로써 더많은 시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막고 있는 것. 얼마전까지 한국과 함께 FTA 외톨이로 남아 있던 일본은 11월초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와 FTA 체결에 전격 합의, 자유무역협정 체결국 대열에 올라서게 됐다. 특히 이번에 새로 WTO 회원국이 된 중국마저 최근 아세안에 FTA 체결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WTO 사무국 자료에 따르면 이미 발효됐거나 진행중인 지역무역협정은 무려 2백20개(지난 7월 현재)에 달하고 있다. 1백42개 회원국(중국.대만 제외)이 적어도 2∼3개의 협정에 가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96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90개의 지역무역협정이 새로 발효돼 지역주의는 세계 교역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굳혀지는 추세다. FTA의 필요성은 협정 체결국 사이에 적용하는 관세.비관세 장벽이 역외국가에 비해 낮기 때문에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로선 새로운 무역장벽이 된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 지역별 무역자유협정은 한결같이 역외국에 대해 차별적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또 지역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들간에 교역이 활발해지는게 당연지사여서 역외국은 그만큼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게 되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EU의 역내 교역비중은 지난 48년 41.8%에서 93년 69.9%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또 멕시코는 NAFTA에 가입한 후 외국인 직접투자가 5배 가까이 늘어나는 혜택을 누렸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한국이 자유무역협정의 외톨이로 남게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받는 불이익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다자무역체제는 물론 지역주의 흐름에도 서둘러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KIEP 연구위원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한국만이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면 해마다 최소 1.33%의 성장 감소와 3백44억달러의 수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